수필통
고구마의 계절이다.
며칠 전, 아들이 알밤을 먹던 게 생각나 냉장고 속 밤을 꺼내 입에 넣었다.
“와드득! 윽, 생밤이네.”
“삶은 밤 다 먹었니?”
“응, 내가 끝냈어.”
“그래? 그럼 우리 밤고구마 쪄먹을까?”
“있어?”
“아니, 쿠팡 시켜야지.”
“그래.”
다음 날 아침, 로켓프레시가 도착했다.
자줏빛이 도는 실한 고구마였다.
반으로 갈라 썰어 냄비에 넣고,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참을 쪘다. 퍽퍽하고 고소한 밤고구마가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위 속에 치즈케이크처럼 쌓였다.
“밤고구마는 다 좋은데, 소화가 잘 안 돼.”
“그치, 엄마. 나는 소화는 잘되는데 고구마가 자꾸 방귀로 나와.”
“고구마가 섬유질이 많아서 그럴 거야. 가스가 많이 생기나부다.”
“근데 엄마는 왜 피자 시킬 때도 도우를 꼭 고구마로 해?”
“난 시골 사람이라서 피자에도 시골이 묻어 있어야 맛있거든.”
“ㅋㅋㅋ.”
고구마는 참 따뜻하다.
날이 추워질수록 아궁이에서 꺼내던 그 시커먼 고구마가 더 그립다. 그 시절엔 새까만 고구마를 꺼내주던 아빠가 있었고, 따뜻한 부뚜막에 앉아 엉덩이가 까매지던 어린 내가 있었다.
집 안 사랑방에는 아픈 엄마가 누워 계셨고,
부엌에서는 어린 동생과 내가 불 앞에서 저녁을 보냈다.
나는 아팠지만, 엄마가 살아계시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래도 그땐 아궁이 곁에서 함께 모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아빠도, 엄마도 하늘에 계시지만
나는 고구마를 먹을 때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
장작재를 털고, 두껍게 탄 껍질을 벗기고,
노오란 속살을 한입 베어물던 그때.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혹시 장작불을 땔 수 있는 환경이라면
꼭 고구마를 구워 드셔보시길 권한다.
뜨거운 ‘김’으로 익은 고구마와, 뜨거운 ‘불’로 익은 고구마의 맛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겉껍질을 조금 태워 반으로 갈라,
속살을 먹으며 얼굴에 검은 재로 수염도 그려보시라.
그게, 은근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