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록
너무 일찍 잤나 보다.
저녁 무렵 잠든 것 같은데, 새벽 두 시도 되기 전에 눈이 떠졌다.
그래도 네 시간은 잔 듯하다. 반쯤 개운하면서도 반쯤 멍한 새벽이다.
요즘은 아들이 글을 쓴다고 조금 바빠졌다.
글을 읽어준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무슨 판타지 소설을 쓰는데, 장치와 배경부터 아주 스펙터클하다.
세대 차이도 크고, 쓰이는 용어들도 낯설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들은 핸드폰을 쥐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 꼭 ‘작가’ 같다.
그리고 나를 보며 묻는다.
“엄마 뭐 해?”
“글 쓰지.”
“흐흐, 나두.”
“어, 그래.”
“이따 읽어봐 줘.”
“응.”
며칠 전엔 ‘살책이 있다’며 알바 거리를 달라고 했다.
주방 청소를 시켰더니 혼자 대청소를 해놔서, 고마운 마음에 넉넉히 쥐여줬다.
그리고 그 돈으로 책을 주문했다.
오늘 그 책이 도착하더니, 친구들과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너무 진지해서 뭐하나 싶어 구경을 갔더니,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아들이 주문한 책은 ‘보드게임 만드는 교과서’ 같은 책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역할을 맡아 시나리오를 짜고, 게임의 장치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게임에 어울리는 소설까지 나눠서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16살짜리 남자아이들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계획적이고, 창의적이었다.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는데, 세상에 이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직접 쓰고, 설계하고,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외동이라 형제가 없고, 친구들도 대부분 외동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모이면 유치하고, 시끌벅적하고, 한없이 웃는다.
매일 다자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연결해선, 넷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음정도 없고 박자도 없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는 그게 그렇게 즐겁나 보다. 게임 음악부터 팝송, 오페라까지.. 골고루 돼지 목을 따는데 듣고 있으면 살짝 도라이 같지만, 귀엽다.
오늘도 우리 아들은 택배 박스를 뜯어 총을 만든다. 그러면 친구들이 와서 서로 가지겠다고 난리가 난다.
참 별스럽고 웃긴 녀석들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 정말 16살 맞을까?
어쩌면 저 아이들은 이미 어른보다 더 단단하고,
더 멋진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