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의 마음

수필통

by 이음


나는 오늘 세상 맛있는 고구마를 먹었다.
유튜브 ‘사장남천동’이라는 채널에서 고구마를 광고하길래, “고구마가 맛있어 봐야 거기서 거기지.”
반신반의하면서 주문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건 5성급, 별 다섯 개짜리 고구마였다.
밤고구마의 구수함과 호박고구마의 달콤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다. 적당히 분이 나면서도 퍽퍽하지 않고,
한입 베어 물자 달고나 향이 코끝을 찔렀다.
너무 맛있어서 하나만 먹을 생각이었는데 결국 두 개를 꿀꺽 삼켜버렸다.

‘세상에는 어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을까.’
그 따뜻한 단맛에 옛날 고구마 이야기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옛날 옛적, 고구마밭 형님과 감자밭 동생이 살고 있었다.

형님은 햇볕이 잘 드는 언덕 위에 살았고,
동생은 냉기가 도는 골짜기에 살았다.
형님네는 땅이 마르고 따뜻해서 고구마가 잘 자랐고,
동생네는 서늘하고 습해서 감자가 잘 됐다.

그런데 그해 여름, 가뭄이 심해져서 감자밭이 모두 말라버렸다. 동생 식구들은 굶주렸고,
형님네 밭만 유독 고구마가 주렁주렁 열렸다.

배고픔과 부러움이 뒤섞인 동생은 밤에 몰래 형님 밭으로 가서 고구마 몇 개를 캐왔다.
그리고 그걸 아이들에게 감자라고 내주며 슬쩍 밥상에 올렸다.

아이들이 물었다.
“아버지, 올해 감자는 왜 이렇게 달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동생의 손이 멈췄다.
입안에서 고구마의 달큰한 맛이 퍼졌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달았다.

다음 날, 동생은 형님 집으로 찾아가
그 사실을 고백했다. 형님은 잠시 웃더니 말했다.

“괜찮다, 동생아. 배가 고파 훔친 건 죄가 아니다.
고구마는 따뜻한 땅에서 자라 달지만,
그 단맛은 결국 사람 마음에서 나는 거야.”

그날 이후 동생은 형님 밭을 함께 돌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마다 수확철이면 감자와 고구마를 나란히 삶아 이웃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구마 한입을 더 베어 물었다. 입안에 퍼지는 따뜻한 단맛이
묘하게 사람 마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