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글을 배우고 느끼는

by 이음


글을 쓴다는 건 무엇일까.
가끔 형용할 수 없이 부러운 글들이 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건 못 쓰겠구나,
그런 느낌을 주는 글들 말이다.

묘사부터 리듬까지,
문장의 모든 장치가 서정적으로 잘 베어 있는 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글.
일주일은 고아낸 사골국처럼
한 줄 한 줄이 깊고 진한 그런 글.

그런 글을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조용해진다.
나도 모르게 내 문장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 걸까.
누구에게 닿기 위해 쓰는 걸까.

때로는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서,
또 어떤 날은 그저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 쓴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깨닫게 된다.
글은 결국 타인을 향한 언어이기보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라는 걸.

나는 글 속에서 내 얼굴을 본다.
어제보다 조금은 다르게,
조금은 솔직하게.
그 얼굴이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게 지금의 나라는 걸 인정하는 일.
어쩌면 그게 글을 쓴다는 것 아닐까.

글을 쓰는 사람은 결국
자기 마음의 사전을 매일 새로 만드는 사람이다.
사랑, 외로움, 두려움 같은 단어가
날마다 조금씩 다른 뜻을 품게 되는 세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빈 핸드폰 페이지를 연다.

어제의 문장보다 덜 완벽하더라도,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진하게 나를 고아내기 위해.

나도 찐한 사골국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