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저녁을 해야 하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간단하고 빠른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육개장 해줄까?"
"그래."
"엄마 설렁탕도 있나?"
"응. 설렁탕도 되고 육개장도 되지. 설렁탕 해줘?"
"응."
나는 냉동실에 사골 냉동해 둔 걸 꺼내 해동시켰다.
그리곤 물었다.
"고기국수로 할까?"
"응."
다른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미리 삶아둔 연골수육과 샤브샤브 고기를 넣고, 우르르 끓을 때 한 번 건져 기름기와 핏물을 제거했다.
그리고 사골국에 넣고 다진 파를 넣은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두었다.
소면을 삶고 탱글하게 헹군 후 다시 사골국에 넣어 토렴을 했다.
그리곤 그릇에 국수를 담고 국물을 붓고, 고기를 얹었다.
"금방 했지?"
"응."
"간 봐봐."
"후후. 꿀꺽. 맛있어."
"응. 다행이다."
이렇게 또 한 번 한 끼가 넘어갔다.
진짜 맨날 해 먹는 집밥, 뭐를 해야 조금 다르고 맛있을지 고민이다.
몸에도 좋고 전통적이면서 간단하게 뭘 해 먹어야 할까.
어쩌면 이 고민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같은 설렁탕도 혼자 먹으면 그저 밍밍한 국물인데,
누군가 마주 앉아 “맛있다” 한마디 해주면 그제야 밥이 된다.
한때는 그런 평범한 시간이 너무 지루했는데
이제는 그게 가장 귀한 순간이 되었다.
냄비에서 김이 오르고,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하루도 다시 데워지는 느낌이다.
요즘은 밥상이 작은 위로가 된다.
하루를 버티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밥은 말 없는 안부이고, 국물은 미안함을 대신하는 온기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냄비를 올린다.
내일 저녁엔 뭘 할까.
별다른 재료가 없어도 괜찮다.
한 끼의 마음만 있다면,
그게 우리 집의 가장 따뜻한 반찬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