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째 면접

살아남은 사람들

by 이음

아침부터 공기가 달랐다.
면접이 있는 날엔 공기마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었다.
오늘도 괜찮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해야 했다.


오후 면접이 끝났다.
복도는 여전히 싸늘했고, 형광등은 너무 밝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지만,
그 말이 나를 향한 건지, 예의였는지 알 수 없었다.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세상은 뿌옇게 보였다.


지하철 바람이 스치고,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갔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다들 어딘가로 가는데,
나만 갈 곳 없는 발자취 같았다.


집에 도착하니 방이 눅눅하게 느껴졌다.
책상 위엔 지난번 지원한 회사의 불합격 메일이 여전히 떠 있었다.
삭제하지 못한 건, 그 메일조차 ‘나의 기록’이었기 때문일까.

컵라면에 물을 붓고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그게 오늘 내가 만든 유일한 성취 같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친구 지영이의 취업 합격 메시지였다.

“나 합격했어!”

짧은 축하 이모티콘을 보내고 나서,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겨운 이력서 폴더를 다시 열고 앉았다.

열 번 넘게 고쳤던 자기소개서가 눈에 들어왔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바꿔보지만
더 나아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틀린 걸까, 세상이 틀린 걸까.’
그 질문이 목구멍에 걸린 채 내려가지 않았다.


창밖에선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이 번지듯 붉은빛이 내 방을 천천히 채워나갔다.
그 빛이 마치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오늘도 견뎠잖아.”


그날 밤, 잠들기 전 나는 다짐했다.
내일 또 한 번 이력서를 보낼 거라고.
합격이 아니더라도 면접까지는 가보자는 마음으로.


‘내일을 버틴다’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을 살았다.
세상이 몰라도 괜찮다.
그건 나만이 아는,
작은 회복의 기술이었으니까.


“살아남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저 하루를 포기하지 않는 일일 뿐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