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게의 민족 대이동

옛날 옛적에

by 이음

바다의 온도가 달라진 건 아주 오래전부터였어요.
한때 차갑던 바다는 요즘 들어 따뜻해졌고,
그 따뜻한 물결을 타고 새로운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왔지요.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등껍질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청게였어요.
외국 바다에서는 “먹보 게”, “파괴자”라고 불리던 녀석이었지만,
이곳 한국 바다에서는 달랐어요.


“어머, 이거 맛있겠다!”


“먹을 수 있는 거야?”


“몰라. 찾아보고 먹어도 되면, 탕에 넣어볼까? 아니면 게장으로?”


사람들이 청게를 맛있게 요리해 먹기 시작하자
청게들은 서로 소문을 냈어요.


“얘들아, 한국 바다는 천국이래!
여긴 우리를 미워하지 않아! 오히려 환영한대!”


그날 이후 청게들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어요.
남쪽 바다에서부터, 동해와 서해로,
심지어 섬 사이사이까지 청게들이 몰려왔지요.

처음엔 바다도 즐거워했어요.
새 친구들이 온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다는 조금씩 달라졌어요.
조개들이 숨 쉴 틈이 줄어들고,
해초들은 뿌리를 잃어 갔어요.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했잖아!”


문어 아저씨가 잔소리를 했지만
청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우린 살아남으려는 거야.
이 바다, 따뜻하잖아. 여긴 살기 좋아.”


바다는 점점 피로해졌어요.
파도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고,
물고기들은 다른 곳으로 떠났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바닷가에 나와 게를 한참 바라보다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왜 바다색이 탁해졌어?”


엄마는 잠시 말이 없었어요.
그리고 말했지요.


“온도가 오르면, 바다가 숨을 못 쉬거든.”


그날 밤, 아이는 잠들기 전 바다에 소원을 빌었어요.


“청게 아저씨들,
여기도 좋지만 너무 많이 오면 바다가 아플 거래요.
조금만 나눠 가지면 안 될까요?”


그 말이 바람을 타고 바다로 들어갔어요.
그 바람을 들은 청게 한 마리가
조용히 물결 사이로 사라졌어요.


“그래, 이제는 돌아갈 시간인가 봐.”


그날 이후로 청게들의 이동은 조금씩 느려졌어요.
어떤 청게들은 다시 먼 남쪽으로 향했고,
남은 청게들은 바다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바다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가끔씩 바람결에 이런 말이 들린대요.


“우린 이제, 잡아먹히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어.”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웃으며 바다에 돌멩이를 던졌어요.

작은 물결이 번져 나가며,
바다는 조금씩 다시 푸른색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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