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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리뷰런치

널 보낼 용기_송지영 지음

리뷰 런치

by 이음
널 보낼 용기


<당신에게 가기까지>


오늘은 마음이 유난히 소란스럽고 분주한 날이었습니다.

무언가에 들킨 듯도 했고,

이제야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생각해보면,

내가 나를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마음은 늘 저벅저벅, 홀로 허허벌판을 걸어 다니는데

손쓸 길이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정확히 읽어내는 글을 만났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내 마음의 누군가가 훔쳐 본 듯했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당신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당신은 늘 글을 읽고, 쓰며,

스스로의 마음을 단단히 세워가는 사람이었지요.

그 모습이 나에겐 안식이었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도,

내 존재도 부인당하던 우울의 날들 속에서

당신은 그저 묵묵히 글을 쓰며

빛을 내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나는 그런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기대고 싶습니다.

저마다의 마음 기둥들이

한 권의 책만큼만 세상을 밝혀준다면,

이 흔들리는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가는 길은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길이었다는 걸요.

당신이 쓴 문장에 나를 비춰보며,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거울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문장에서 내가 보이고,

내 글 속에서 당신이 숨 쉬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나는 당신에게 갑니다.

글 한 줄을 빌려 마음을 적시며,

당신의 세상에 닿기 위해

그리고 나의 내면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p/s.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나조차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그 병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님의 깊은 뜻이 꽃처럼 피어나
환우분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와 새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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