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런치
함께
함께 사는 것이 기쁘기 때문에
함께 늙는 것도 기쁘다
함께 늙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함께 죽는 것도 즐겁겠지
그 행운이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밤마다 몹시 괴로워하면서도
이십억 광년의 고독 _다니카와 슌타로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하고 계신가요?>
‘함께’라는 말은 참 따뜻하다.
하지만 오래 들여다보면 그 안엔 묘한 두려움이 숨어 있다.
누군가에게 ‘함께’란
기쁨을 나누는 일만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의 슬픔을 대신 삼키고,
말하지 못한 피로를 묵묵히 견디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함께라는 건, 큰 위안이 된다.
삶의 무게를 버티게 하는 건
‘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안도감 때문이다.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다.
그 사실 하나로 오늘 하루가 버틸 만해진다.
시인은 말했다.
함께 늙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것도 기쁘다고.
나는 그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늙음’이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늙어가는 나를 지켜봐 주는 눈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 손의 주름을 예쁘다 말해주는 사람,
당신의 흰 머리카락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다툼과 화해,
침묵과 용서의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함께’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행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밤마다 불안해하면서도,
아침이면 다시 밥을 짓고
커피를 내리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다.
그게 사랑이다.
이별의 그림자를 알면서도
오늘의 다정을 잊지 않는 일.
그 불안 속에서도
함께 숨 쉬는 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묻고 싶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