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요

글을 배우고 느끼는

by 이음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쓰고자 했으나 썼던 게 아니라, 쓰여졌던 게 아닐까.’
오늘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저녁엔 아이의 고입 자소서를 봐주고,
틈틈이 신춘문예 공모전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그 대회.
올해는 꼭 도전하고 싶었다.
이제는 내 꿈이 ‘작가’가 되었으니,
그 관문 하나쯤은 넘어야 하지 않는가.

문득 생각났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도 일곱 번을 떨어졌다.
그때도 ‘아, 이제는 진짜 끝이구나’ 했었는데
결국 됐지 않은가.
그래서 이번엔 조금 더 전략적으로,
조금 더 일찍 끝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2026년도 신춘문예 당선작 수필들을 찾아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 옷은 더 낡고 해져야 할 것만 같았다.
“아잉, 몰라.”
공모전 수필들이 이렇게 잘 써도 되는 거야?
예상치 못한 수상장들 실력에
그 모든 게 내게는 너무 멀리 느껴졌다.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어댔다.
사람들은 밥도 안 먹고 글만 쓰나 부다.
그렇게 좋던 글이,
순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자존감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삼엽충보다 더 아래로,
닿을 듯 말 듯한 심해까지.
이왕 내려간 김에,
고둥한테 친구나 하자고 말이라도 걸어볼까.
아,
밤은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