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은 우정빛이다

수필통

by 이음

우리는 사랑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은 언제나 너무 큰 울림을 가졌고

우리는 그 울림을 감당하기에는 조금 서툴렀다.


대신, 우리는 오래 머물렀다.

같은 자리에 같은 온도로

서로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랑은 때로 가시처럼 나를 찔렀고,

우정은 두터운 도넛처럼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그 사이를 오래 걸었다.

그늘도 빛도 아닌 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우리 둘만이 알고 있는 어떤 마음의 색.

당신과 나 사이에 흐르던 그 색을

나는 ‘우정빛’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처럼 불타 오르지 않았고

우정처럼 무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색을 통과한 후에만 남는

말로는 쉽게 닿지 않는 투명한 빛.

때로는 사랑이란 말보다

우정이라는 말이 더 단단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흔들리지만

우정은 버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끝나도

우정은 남는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오래 믿지 못했다.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댔고,

애썼고,

닿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한 발을 물러서는 법을 배웠다.


그 배움이 어쩌면 더 큰 사랑이었다고,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사랑이었을지도 모르는 우정.

우정이었을지도 모르는 사랑.

그 모호함을 껴안고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이제 하나의 빛으로만 남는다.


우정빛.

이름을 부르면

조용히 가슴 밑바닥에서 반짝이고,

사라지지 않는 온기.


나는 그 빛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우리의 사랑은

불꽃처럼 뜨겁진 않았지만,

해처럼 눈부시지도 않았지만,

밤하늘에 오래 머무는 별빛처럼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만으로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하지만 끝내 말을 아끼겠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마음에

우정빛 하나 남겼다고

그것이면 충분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