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사랑

수필통

by 이음

날이 포근하다.
뜨개실 니트를 입고 나와 살랑살랑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오늘은 유난히 컨디션이 좋아 기분도 좋다.


이런 날은 점심도 산뜻한 것을 먹고 싶다. 뽀얀 멸치육수에 양념김치를 올려 청포묵밥을 해야겠다. 그리고 사과 샐러드를 상큼하게 곁들여야겠다.


아이는 아침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며 돌아다니더니 다시 쿨쿨 잔다. 그래, 실컷 자라. 너의 천국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나는 육수를 얹어 놓고 다시 사부작 책 표지를 열었다. 요즘 무제 출판사의 『살리는 일』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베지테리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흔히 채식주의자들이나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이 책은 더 나아가 ‘불필요한 생명을 해하는 일을 멈추는 것’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관념이란 사골국물 위에 뜨는 부산물 찌꺼기처럼 진실을 왜곡하게 만든다. 진실은 아래에서 펄펄 끓고 있어도, 우리가 보는 것은 표면 위에 비치는 가벼운 소란일지도 모른다.


우리 집은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 동물을 굉장히 사랑하지만 사정상 더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나는 가끔 아이와 이런 논쟁을 한다. 캣맘의 당위성에 대해서다.


전제는 같다. 우리 둘 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것.

나는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캣맘들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누군가의 선의로 돌아가고, 그 선의가 또 다른 생명을 이어준다고 믿는다.


반면 아이는 그것 또한 하나의 생태계이므로 인간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캣맘들의 활동으로 고양이들이 모이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모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인위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야 인간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도 순수함이 남는다고 했다.


나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연민으로 돌고 돌아보는 사랑도 사랑이고, 있는 그대로 두는 사랑도 사랑일 것이다. 돕는 손길이 옳을 때도 있고, 물러서는 태도가 더 깊은 배려일 때도 있다.
결국 사랑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처럼 포근한 날, 나는 육수가 끓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이 생명인지, 아니면 우리의 관념인지.


그리고 그 질문은 아직도 당신과 나 사이에서 천천히 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