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가족의 해풍소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날이다.
아이 방에 새 침대가 들어왔다.
그동안 친구들이 자주 와서 소파를 두었는데,
오늘은 그 자리를 침대와 바꿔줬다.
이제 아이는 아빠 침대에서 딩굴지 않고
자기 침대에서 딩군다.
그 모습이 괜히 보기 좋다.
그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몸살이 심하다고 수액을 놔주셨다.
독감 후유증이 생각보다 오래가고 심할 수 있다고 했다.
재감염이 아니라 후유증이라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다녀와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몸에 약간의 기운이 충전된 것 같았다.
장 봐 온 것들을 정리하다가
냉장고도 간단히 정리했다.
저녁으로 낙지볶음을 해 주고
집안 청소를 했다.
오늘은 로봇청소기가 아니라
엎드려 걸레질을 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와… 또 청소인가요?”
“그럼.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데.
집안이 깔끔하고 정돈돼 있어야
식구들 마음도 편한 거야.
청소는 하는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고
식구들을 살피는 방법이기도 해.
그래서 엄마는 닝겔 맞고 와서도 청소하잖아. 크크큭.”
“네네. 지당하신 말씀입죠, 어머니.”
사실 속으로 그런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엄마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지만
언젠가 너도 너의 삶을 살 땐
보고 배운 대로 살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뭐,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어질러진 채 사는 삶보다
치우며 사는 삶이 더 좋아 보였기에 그렇다.
저녁이 되고 아이의 공부 시간이 되었다.
아이가 말했다.
“엄마, 고등학교는 공부법이 또 달라져야 할 것 같아.
내가 생각한 방법이 있는데
이것저것 테스트하면서
내 공부법을 찾아봐야겠어.”
“응. 그거 너무 좋지.”
“어제 그 친구가 재미나이로 해준 방법도 좋던데.”
“맞아. 그거 완전 개꿀이지.
어떻게 프롬프트를 줘서 기출문제 50문항을 뽑아달라고 할 생각을 했을까.
링크를 공유해 주니까
바로 문제도 풀고 채점도 되고
틀린 이유도 다 나오고.
진짜 세상 많이 좋아졌어.
이제 문제집도 거의 필요 없는 세상이야.
태블릿으로 다 풀고 자료도 PDF로 받으니까.”
“진짜 인공지능만 잘 써도
배움의 길이 많이 확장된 것 같아.
너도 재미나이 쓰잖아.”
“엄마는 챗지피티 쓰거든.
너도 모르는 거 있으면
재미나이한테 다 물어봐.
선생님처럼.”
“흐흐. 알겠어.”
“자, 시작하자. 엄마는 책 읽을게.”
“오늘은 얼마나 할 거야?”
“모르겠어. 공부를 놨다가 다시 하는 거라
머리가 많이 삐걱거려.
워셔액 좀 뿌려야 해.”
“그래. 매일 한계보다 조금 더 해.
근육도 찢어지면서 성장한다잖아.”
“알겠어. 엄마, 스톱워치 켜.”
나는 책장을 넘기며
아이를 흘깃 바라봤다.
연필은 바쁘게 움직였고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수학과 씨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
아이는 알까.
엄마의 우주가
자기라는 걸.
오늘은
아이가 자기 침대에서 딩굴고
수학 문제와 싸우는 모습을 보며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 하루였다.
몸살은 아직 덜 나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이의 하루가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어제보다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