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옛날 옛날에 고봉산 말고는 큰 산이 하나밖에 없어
일산이라고 하는 고장이 있었어요.
이 일산에는 골골하지만 행복한
골골 돼지 삼총사가 살고 있었지요.
골골이 한 명은 가시에 찔려도 전봇대에 꽂혔다고 하는 엄살이였고요.
또 한 명은 교통사고가 나도 다음 날 출근하는 오만이였어요.
마지막 한 명은 뭐든지 꾹꾹 참고 버티다가
찢어지고 부러지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깝깝이였지요.
최근 깝깝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큰 결심으로 시작한 학교였지만
깝깝이에게 공황장애 발작이 찾아왔어요.
깊은 고심 끝에 골골이들은 깝깝이를 자퇴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날 이후 골골 돼지 삼총사 집은 풍지박산이 났지요. 툭하면 셋다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오만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집안 일을 척척 해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자기가 법륜스님이라도 된 것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지요.
엄살이는 그 모습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오만아, 넌 어떻게 그렇게 감정이 없을 수 있어.”
“난 가슴이 너무 아파서 미칠 것 같은데.”
오만이가 대답했습니다.
“엄살아, 나도 가슴이 아프지.”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해야지 어떡해.”
“이미 일어난 일이고, 예상 못 한 일이고,
애가 아픈 걸 우리가 미리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지. 힘내자, 엄살아.”
그렇게 오만이는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를 띄우느라 바빴습니다.
그때도 엄살이는 초반부터 솔직하게 원 없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오만이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지고 괜찮은 척 버티다가 뒤늦게서야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제때 감정을 터뜨렸다면 조금은 덜 아팠을지도 모릅니다. 엄살이는 이제 회복하고 일어서기 시작했는데 이젠 오만이가 싸고 누운거지요.
오만이는 지금도 자신에게 채찍질을 합니다.
“세상살이 이깟 일이 뭐 그리 큰일이라고 몸져누워 있지.”
“살다 보면 이런 돌 저런 돌 다 맞고 사는 게 인생인데.
이것도 못 이겨내나.”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만이가 몰랐던 건 세상이 던지는 돌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이 들 수 있는 짐의 무게였지요. 오만이는
나무젓가락으로 물지게를 지려고 했던 것입니다.
가벼운 젓가락으로 온 집안의 물을 다 길어 올리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젓가락이 먼저 부러졌습니다.
오만이는 그제야 알게 됩니다. 자신에게는 그 많은 짐을 아무렇지 않은 척 지고 갈 만큼의 힘이 없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젓가락으로 무엇을 들고 계셨나요?
살다 보니 솔직하기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내가 나를 바라볼 때도, 나를 밖으로 내보일 때도 말이지요. 사실은 힘든데 괜찮은 척, 사실은 무거운데 가벼운 척 살아가는 날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날은 젓가락이 먼저 부러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골골 돼지 삼총사도 그날 이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엄살이는 더 실컷 울어도 괜찮고,
깝깝이는 더 꾹 참지 않아도 괜찮고,
오만이는 더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요.
그러니 오늘은 젓가락으로 물지게를 지려고 하지 말고
그저 콩 하나만 집어도 충분한 하루였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