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Nov 30. 2021

귤은 어디서 났는가?

수달가족의 해풍소



윤호는 귤 다람쥐이다.

귤을 너무 좋아해서 한번 사면 박스로 산다.

박스로 사도 일주일을 못 가고 동나기 쉽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냉면 그릇으로 한 그릇은 기본이었다.


귤이 나는 철에는 귤똥만 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과일 대장 윤호 앞에서는 내 입이 작아진다.

나도 질 수 없는 과일 대장이지만 자식 입에

들어가는 걸 보면 나라도 덜먹어야지 싶어서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 윤호에게 말했다.


“윤호야 귤 좀 가져와”


“응, 엄마”


“귤이 이거밖에 없니?”


“응, 다 먹었어”


귤이 여섯개 밖에 없다고 가져왔다.

나는 귤을 하나 먹고 윤호에게 다 먹으라고 했다.


오늘 저녁을 먹고 책을 보는데 윤호가 학습지를 풀며 오물오물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상에서 귤을 까먹으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


“어!”

“윤호야 귤 어디서 났어?”

“너만 몰래 먹으려고 없다고 한 거야?”


“아이고, 죄송해요~”

“제가 가래가 끼어서 귤을 먹으면 가래가 내려가니깐 조금 숨겨두었어요”


헐, 치사빤쥬 아들이다.

엄마가 너 먹는 거만 봐도 기분 좋은데 뭘

숨겨두고 먹어.

그냥 먹지.

치사하게 코롬~


“아이고 죄송해요”


“나중에 네 아기가 크면 이럴 거야”


—-( 미래 예시 설명)—-


“아이스크림 좀 가져와 먹자”


“아빠 아이스크림 다 먹었어요”


“그래, 사다 놔야겠네”


베란다에서 누가 ‘오물오물 꿀꺽꿀꺽’


“너 뭐 먹니?”


“아니요. 아빠,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입에 묻은 초코는 뭐니?”


“아, 이거 지난주에 먹은 짜장면이에요”



“나중에 네 아기가 이럴 거야”

“ㅋㅋㅋ 어때”


“ㅎㅎ 귀여울 거 같은데요”


ㅎㅎㅎ 내가 생각해도 귀여울 것 같다.

그래도 아들.

먹는 거 갖고 치사하게 살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누굴 닮아 그렇게 안 씻냐고 말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