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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un 15. 2021

깨 발랄 강아지 어떠세요?

수달 가족의 해풍소


‘카톡’

지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강아지 안 키울래?”

“동생 친구가 키우던 아이인데 이사 온 집에서 반려동물 못 키우게 한다고 입양 보낸다네”


갈색 푸들 사진이 왔습니다.

이름은 코코이고 한 살 된 암컷이라고 합니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니 당장은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동생은 늘 반려동물을 키울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기에 물어봤습니다.


“어머 언니 너무 예뻐”

“나를 데리고 가라고 눈빛이 말하고 있어”

“내가 키울게,  애라면 나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옷도 사고 용품도 고르고 있는다고 꼭 나한테 보내달라고 그래”


매번 키울까? 말까? 망설이던 동생이 이렇게 맘에 쏙 든다니,  말하길 잘했구나, 인연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지방 동생집에 데려다줄 때까지 데리고 와서 임보 하기로 하고 데리고 왔습니다.


꼬불꼬불 갈색 털에 사교성 많은 강아지가 도착했습니다. 5시쯤 도착했는데 한 번을 앉지도 눕지도 않고 뛰어다닙니다.


이때부터 영혼이 집을 나갔습니다.

작은 몸으로 어디서 그렇게 뛰고 뛰어도 힘이 나는 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교성은 얼마나 좋은지요. 일 년 동안 함께 살았던 주인은 그 집을 나오며 잊은 것 같습니다.

고양이 사료도 같이 먹고 고양이 물건도 맘대로 공유합니다. 고양이 고등어를 던지라고 가져와서는 반나절을 물고 뜯고 던지라고 합니다. 언제까지 던져야 하는지요? 6시간을 돌아가며 던져도 지치질 않습니다. 그사이 고양이 고등어는 잘 절여진 간고등어가 됐습니다.

작은 몸집에 넘치는 에너지를 보며 생명에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생명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요? 어떤 강아지는 얌전하고 차분하며 어떤 강아지는 잠시도 가만히 못 있고 쉼 없이 깨 발랄한 걸까요?


같은 생명으로 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활력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어떤 사람은 마흔까지는 피곤한 걸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삼십 때부터 하루가 다르다는 사람도 있고요. 하루에 여러 가지 일을 복합적으로 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여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만 쓸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깐요.


이렇게 다른 에너지는 성격과 깊은 연관이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무조건 활력이 넘치고 내향적인 사람은 무조건 기력이 약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표출하는 상황별 강도와 빈도가 다를 뿐입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활동과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면 내향적인 사람은 사유와 관찰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 같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태양처럼 끓이고 데운다면 내향적인 사람은 달처럼 존재하되 태양에 가려져 화려하지 않은 차이와 같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항성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능력자라면 내향적인 사람은 항성에 비친 빛만으로도 빛을 담아내는 깊이 있는 매력자입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활발한 교류와 관계에서 활력을 얻고 행복을 느낀다면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그 속에서 스스로 충전됩니다.


코코는 외향적으로 관계 교류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혼자 있기를 싫어하고 계속 놀자고 합니다. 쉬지 않고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조용한 걸 좋아합니다. 역시 우리 가족은 얌전한 강아지 아니면 절대 키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코코는 항성처럼 스스로 빛나고 밝은 깨 발랄 강아지입니다. 반면 달과 같은 우리 가족들은 슬금슬금 방으로 숨어듭니다. 밝게 자란걸 보니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이틀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걱정이 앞섭니다. 밤도 없고 잠도 없는 코코는 정말 뭐가 그리 신이 나는 건지요.


활력이 넘치고 사교성이 좋아 좋긴 한데 너무 과해 두렵습니다. 온몸으로 파고들고 이불과 몸에서도 뛰어다닙니다. 이불은 침 범벅이고  머리와 얼굴도 밟고 뛰어다닙니다. 태어나 지구별에서는 처음 보는 텐션입니다. 내 축축한 이불은 누가 책임져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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