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런치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이다.] 본문 中
나는 이제 책을 하루에 다 읽는 버릇을 없앴다. 글을 배우고 쓰기 시작하면서 한 줄에 담긴 문장을 전달받기까지의 숙고와, 그 한 문장에 담긴 많은 계절이 있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읽은 책을 전부 기억하고 그러지는 못한다. 전에는 좋은 책은 밤을 새워서 읽어야 직성이 풀렸는데 그건 아주 미련한 일이었다.
읽을 땐 분명히 다 좋았는데 무엇이 좋았냐고 물으면 선득 말이 나오질 않았다. 메모하는 습관도 좋지만 제일 좋은 건 천천히 읽다 보면 읽은 부분을 또 읽게 되면서 독해력이 좋아진다는 걸 느꼈다.
적어도 아끼는 책을 대하는 자세 정도는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본래 허지웅 작가님의 섬세하고 깔끔한 필력이 좋기도 하지만 이분의 비판적 사고와 정의로움이 난 참 좋았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와,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신념은 참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화살을 다 맞으면서도 사회와 시대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또 어떤가. 사회에 대한 비평을 많이 했기 때문에 곤란한 일은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아프시고 나서는 비평을 멈추고 이웃들과 청년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에 대해서 힘쓰겠다고 하셨는데, 다시 코로나 방역에 큰 문제를 일으킨 신천지에 관한 글을 또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거꾸로 달린 시계를 걸고 똑바로 보라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모두가 시간을 볼 수는 있지만 누구도 섣불리 그 정적을 깰 수가 없다. 그게 이해관계 속에서 뒤엉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며 나의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삶일 것이다.
시계를 거꾸로 달았다고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듯이 그 속에도 나름에 방법으로 신념과 중심을 지키는 빛과 소금 같은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는 벽돌로 나라를 지키고, 어떤 이는 펜으로 애국을 한다. 나라밖에 있으면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라 안에 있으면서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돈은 좋은 것인데 인간은 돈을 권력 위에 올려두고 법봉 위에 올려 버렸다. 누구는 무기징역 감이어도 증거 불충분이고 누구는 컴퓨터만 안 보여줘도 징역을 사는 게 지금 현시대이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이 평범한 것은 사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 (thought-defying)이라며 강조했던 바로 그 생각-사고 말이다. 시키는 대로 주어진 대로 혹은 우리 편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생각하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태도만이 오직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밝은 눈으로 이어진다. 이 글이 단 한 명의 독자라도 그런 밝은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본문 中
모두가 돈만 좇고 돈 되는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직분과 사명을 다하고 살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표백하지 않은 펄프 화장지가 더 비싸고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무가당 음료가 더 비싼 세상에서 국민의 진정한 알 권리를 위해서 매일같이 소송에 걸리는 뉴스공장이나 진실된 책을 만들고 쓰시는 분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탰을 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