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런치
오늘 고양시 모 중학생이 근교 초등학생 두 명에게 성폭력 피해를 주었다는 기사를 봤다. 같은 부모 된 마음으로써 참담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봤다.
“윤호야 우리 동네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데.. 윤호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 이런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전조증상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어린 나이로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가해학생이 윤호보다 한 살 많데, 그래서 엄마가 물어보는 거야”
“응, 그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악의 평범성 같은 거라고 생각해”
“응? 그거랑 이번 사건이랑 무슨 상관인데?”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이런 것이다.]
“나치 독일 당시 아이히만은 슈츠슈타펠 중령으로 수많은 유대인들을 죽인 학살 계획의 실무를 책임졌던 인물인데,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상관인 라인하르트 하이디 리히가 시킨 대로만 했을 뿐이라며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었다.
충격적인 이유는 수많은 학살을 자행한 아이히만이 아주 사악하고 악마적인 인물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매우 평범했다는 점이었다. 아이히만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서 결론을 내린 것은 바로 악의 평범성이다. 쉽게 말해서 악의 평범성이란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엄마 이런 학생들의 전조증상 같은 건 아마 없었을 가능성도 높아. 스마트폰에서 잘 못된 성 지식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이성의 기준이 무너지는 거지. 본인은 서열 높은 선배이고 피해 학생들은 후배라는 데에서 권위 의식을 가졌을 거고 촉법소년이라는 법의 보호를 받으니 책임보다 욕망을 분출했겠지.
어쩌면 이런 문제 학생들은 큰 죄의식을 갖지 않고 있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나 형제자매 일 수 있다는 거지. 원래 드러나지 않는 일이 더 많은 법이잖아. 이런 사건이 매일 올라오는 걸 보면 수면 아래 집단의식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상황만 갖추어진다면 감추고 있던 악이 발현된다는 거니깐”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의 촉법소년은 악의 평범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미성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합법적 출구인 셈이다. 아이들은 그 나이에 죄를 짓는 것이 특권처럼 변해가고 있는 세상. 포악함이 보편적 의식으로 전염되어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사회에 스며든 악의 정서가 공동체의 윤리와 질서를 혼란시키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자라서 잠식되어 버린 악을 분출하고 사회의 질서를 무너트릴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한류 열풍에 합세하고 있다. 영화도, 음악도, 한국인의 인성도 모든 것에 칭찬을 받으며 한류는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사회의 보편적 인식과, 윤리적 법안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의 내면의 길들여진 악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잘못을 잡아주고 옳은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사회제도가 하루빨리 준비되었으면 좋겠다.
악은 평범한 타인을 괴롭히는 폭력이다. 절대 어떠한 명분이나 권력으로도 타협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