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나는 ‘농사, 툭 까놓고 말할게요’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글을 들깨 심듯이 훌훌 뿌리는 데도 문장이 편안하고 은은하기까지 하다.
밑줄 치지 않을 부분이 없어 놀랐다. 나는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꼭 에디터가 되어야겠다. 전직 에디터 분들은 거의 글을 잘 쓰시는 것 같다. 타고난 작가의 피가 보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재능 있는 분들이 에디터가 되는 것 같다.
윤현경 작가님도 에디터 셨다는 걸 보면 말이다. 사유가 남다르고 비유가 황홀하다. 반하면 반할수록 나의 글은 기가 죽는다.
사람마다 글을 쓰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희귀 난초를 키우듯 고급 스킬을 쓰고, 어떤 사람은 꽃과 별들로 하늘정원을 가꾼다. 반면 어떤 사람은 모든 장르를 잘 쓰시는 분도 있다.
말론 밥도 짓고 물김치를 담글 수 있다. 작가란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이며, 꿈인지 모르겠다.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이 어렵다. 이렇게 대단하게 못 쓸 것 같아서, 이렇게 깨 뿌리듯 술술 읽히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글도 잘 쓰시고 인생도 잘 쓰시던데, 나의 글도 그분을 닮았으면 좋겠다. 나의 다리도 힘 있게 서서, 똑바로 앞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읽어 봐야 알겠지만 초반부터 이미 농사를 몇 년은 지은 기분이다. 글이 싱싱하고 푸르다. 독려하고 싶은 문장들이 즐비해서 초반만 읽다 올려본다. 이 열무김치 같은 문장들이 집집마다 밥상에 올라가기를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