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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30. 2022

사람들의 마음에 나무를 심는 사람

지나고 나서야 사랑인 줄 알았다

나는 소설을 즐겨 읽지는 못했다. 독서 편식을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주 오랜만에 가슴으로 읽은 소설이 생겼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었다. 이 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야 읽었다.


-간략히 말하면 이렇다.

『장 지오노라는 사람이 프로방스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다가 쓴 책이다. 그는 아무도 살지 않는 황폐한 마을을 지나 황무지에서 혼자 나무를 심는 양치기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양치기 남자는 밤마다 다음날 심을 도토리를 고르고 있었다. 장 지오노는 남자에게 따라가도 되냐고 물었다. 남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남자가 삼 년 동안이나 황무지에 도토리를 매일 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삼 년 동안 십만 그루의 도토리를 심어 이만 그루의 새싹이 나왔다고 했다. 


심는 수만큼 싹이 나오지는 않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숲을 일구고 있었다. 장 지오노는 십여 년이 지난 후 부피에를 다시 찾아갔다. 황폐했던 마을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마을처럼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활기가 넘치는 마을이 되어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십여 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나무를 심고 있었다. 새싹들은 숲이 되었고 숲은 이제 관광지로도 유명해졌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을, 살기 좋은 동네가 된 것이다.』


장 지오노는 부피에 가 일군 숲을 보고 생각했다.

"과연 신의 모습을 한 사람이었으며, 그는 천지창조를 닮았구나"


나는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당신은 어디에 나무를 심는가?’라고 말이다.  


부피에의 평생의 희생 덕분에 황무지는 숲이 되고, 땅에는 물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무가 사는 곳은 사람이 모이지만 나무가 살 수 없는 곳에는 사람도 살 수 없다. 엘제아르 부피(나무를 심은 사람)는 매일 도토리를 황무지에 심었지만, 그 나무는 사람들에 가슴속에서 싹이 났다. 누군가의 심장에 씨앗을 심기 위해서는 평생이 걸리는 일이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가슴에 나무를 심는 방법을 말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무를 심는 사람들을 본 적은 있다. 


하루를 모아 세상을 바꾸는데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 말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대가 없이 사명을 다하고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만이 진정한 세상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일 테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니 나무를 뽑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 또한 나무를 베는 사람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었다. 화장지를 사용하고, 종이를 쓰고 책을 산다. 종이컵부터 시작해서 내가 다니는 커피숍까지, 지금의 우리 집도 전에는 나무가 주인이었던 땅이었다. 사람은 모두 나무를 심기보단 뽑는데 동조하고 있었다. 나무가 사라진 세상은 점점 황망해져 간다. 정이 사라지고, 여유가 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휴나 휴가철이 오면 바다나 산으로 가는가보다. 자연이 그리워서, 그 속에서 치유받고 싶어서 말이다.


양자물리학으로 보면 모두가 같은 원자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과연 누가 모태일까? 자연이 먼저일까? 인간이 먼저일까? 나는 이런 토론을 하는 게 재미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물론 자연이 먼저이다. 지구가 있었기에 바다와 숲이 생겼고, 그 안에서 많은 유전자의 변형이 일어났을 테니 말이다. 지금 지구는 역행하고 있다. 생명의 근원은 자연이 먼저였다. 자연이 사라진 자리에 생명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주로 이주를 한다고 해도, 인간은 땅에 발을 붙이고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 모든 문제는 출발지에서부터 다시 풀어 나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적기가 아니면 언제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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