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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30. 2022

나를 사랑하라는 신호를 받았다(3)

지나고 나서야 사랑인 줄 알았다

나는 내가 공황장애인지 몰라서 힘들었다. 공황장애는 쉽게 진단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학병원의 모든 과를 의료 관광하듯이 돌고 돈다. 다른 모든 과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또 다른 대학병원을 간다. 돌고 돌다 마지막에 가는 곳이 정신과이다. 이렇게 연계해 주는 선생님도 있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해드릴 게 없다고 가라는 데도 많았다. 정신과에 가면 지문 검사를 받고 상담을 한다. 진단이 나오면 약을 처방받는다. 약이 효과가 있다면 증상은 바로 호전된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사업 실패로 도망 다니고 있다. 이혼을 하고 아이들은 고아원에 가있는 상태이다. 아내는 새 출발을 했다. 나는 고시원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들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사람이 약을 먹는다고 불안장애가 사라지겠냐고 물으셨다. 이 말은 상황이 개선되어야 증상도 좋아진다는 말씀이셨다. 맞는 말이다. 상황 때문에 질병이 발생했는데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호전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약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은 가난을 이긴다고 한다. 그래서 약을 먹은 동안은 버티고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약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 단 악화되지 않으면 좀 더 빨리 호전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투병 기간이 길면 길수록 치료가 오래 걸리고 만성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병증의 증세들이야 다양하겠지만 내가 겪은 증상들을 몇 가지 추려 보았다.


-공황장애 심계항진

[빈맥과 비슷한 심장박동을 말한다. 찢어질 것 같기도 하고, 쥐어짜는 것 같기도 하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터져 버릴 것 같을 때도 있다.]


-공황장애 호흡곤란

[숨이 부족한 느낌이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가슴으로 산소가 들어오지 않는 부족함을 느낀다. 실제로 심한 경우 과호흡으로 사망할 수 있으니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공황장애 빈혈

[갑자기 머리가 핑돌고 균형을 잡기 어렵다. 운전을 하면 안 되고 늘 낙상의 우려가 있다]


-공황장애 구역, 구토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한 번 심해지면 24시간 반복적 구토가 일어난다]


-공황장애 두통

[약이 듣지 않을 때는 며칠씩 아프다, 소화장애와 안구 통증을 동반한다]


#공황장애는 발작이 올 때만 생활이 불가능하다. 단 공황장애가 심해지면 늘 다양한 통증을 동반한다.



-불안 발작

[갑자기 조바심이 난다. 무슨 일이 생길  지는 않으나, 뭔지 모르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촉매 역할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불편한 상황이나, 걱정, 소음,  등에 약하다. 일상적인 몸을 움직이는 행동은   있지만, 글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의 뇌의 활동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범불안 장애

[약을 먹지 않으면 24시간이 불안하다. 이유가 없고 촉매제 또한 없다. 약 복용 시간이 다가오면 바로 불안이 찾아온다.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 이유를 알 수 없게, 온몸이 아프다. 근력도 감소하고 움직이면 움직여서 다시 발작이 되고, 발작이 되면 다시 휴식을 하고 쳇바퀴를 도는 기분이다]


이 모든 증상은 신경성으로 마음을 달리 먹으면 안 아픈 게 아니다. 실제로 감기약처럼 증상의 약을 먹어야 났는다. 그러니 가상의 통증이 아니라 실제의 통증인 것이다.


공황장애의 일종으로 나는 호흡곤란이 심각했다. 과호흡 발작 시 터득한 방법이 있다. 바로 자기 암시였다. 자기 암시가 효과가 있다고 해서 과신하면 곤란하다. 자기 암시로만 났기는 어렵겠다. 투병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병세가 악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효과를 극대화하고 빨리 회복하는데 조금은 일조할 수는 있겠다.


나의 호흡곤란이 어느 정도였냐면 정말 죽으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 드는 정도였다. 정신과를 가고 약을 타기 며칠 동안 이 방법을 사용했는데 많은 도움이 된 건 같다. 숨이 넘어가서 금방 사망할 거 같은 사람이 누워서 끙끙 앓는 정도로 나아졌다고 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방법은 나에게 속으로 계속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너는 지금 산소가 부족하지 않아. 괜찮아. 그러니 크게 숨 쉬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 너는 안전해. 크게 숨을 쉬면 이산화탄소 부족으로 진짜 위험해질 수 있어. 그러니 너를 믿어. 평상시처럼 의식하지 않는 호흡을 해. 다른 생각을 하자. 가슴을 들썩이지 말고 넌 할 수 있어.] 이렇게 나에게 말하다 보면 호흡이 차차 진정됐다.


나는 일단 내 맘 데로 해봤다. 왜냐면 검사 결과 산소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흡기 내과에서 과호흡이 의심된다고 정신과로 진료 협진서를 써준 것이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의사 선생님 말을 되새겨 나한테 말을 걸어줬다. 역시 효과는 있었다. 그리곤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이 방법을 말했더니 잘했다고 하셨다. 원래 이렇게 같이 해줘야 빨리 좋아진다고 했다. 병원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숨을 못 쉬는 것은 가통증이 아니다. 실제로 과호흡은 위험한 증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의외일지 모르지만 나는 꽤 유쾌한 성격이다. 조용한 걸 좋아하지만 사교적이고 적극적이다. 집에서는 모든 일상이 장난이고 개그이다. 어딜 가서든 말도 잘하고 나서기도 잘하는 편이다. 리더가 되길 원하지 않지만 조직에는 늘 기여하는 편이었다. 그런 나의 영혼이 길을 잃었다니 나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타인에겐 관대한데 나에게는 야박하다. 기둥 썩은 나무가 되어 가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잎이 무성해 보이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의 잎은 정말 건강한 게 아니었다. 어디선가 왜 아픈지도 모르고 계시는 분들이 계실까 염려스럽다. 부디 나보다 빨리 방법을 찾으시길 바란다. 나는 너무 오랜 기간 버티느라 기둥이 많이 상한 상태이다. 오늘도 나는 나에 기둥에 영양제를 주사하며 나의 잎을 쓰다듬는다. 나는 아직 소생 가능한 젊은 나무라고 말이다. 당신의 나무가 나와 같은 숲에서 푸르게 마주 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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