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1.21/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병>
불안장애는 신기하게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병이다.
지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저번에 통화할 때는 목소리 좋았잖아?”
“좋아지고 있다고 했잖아?”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병이 아기들 폐렴처럼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어느 날은 처음보다 더 심해지고 어느 날은 또 좋아진다. 겪어보니 장기전으로 봐야 할 병이었다.
나는 일단 미디어를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슴 아픈 얘기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들을 최대한 배제한다.
그래야 악화를 막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미디어를 보려거든 즐거운 프로나 재밌는 라디오야 한다.
의외로 아무것도 듣고 보지 않는 ‘멍’ 상태도 도움이 많이 된다. 그마저도 괴로울 땐 잠들면 좋겠는데....
수면장애도 증상 중에 하나인 게 문제이다.
힘들 땐 자는 것도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가 많고. 약에 의존하지 않으면 잠이 안 오는 날도 많다.
그렇다고 아직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은 없다.
항불안증, 항우울제가 원래 까무러지고 계속 잠이 오게 한다.
증상과 약의 용량이 맞지 않으면 까무러지지도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쉽게 말해 이럴 땐 불안이 이긴 상태이다.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잠을 못 자듯이 계속 뜬눈인 날도 많다.
또 약이 맞으면 계속 까무러지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언제는 어떻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건 까무러진다는 자체가 나는 무언가에 반응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아무 반응도 할 수 없는 상태보단 다행이지 않은가.
살려면 의도적으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어떨 땐 삶이 나를 지옥에서 잡아당기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럴 땐 ‘컬투쇼’를 듣는다. 한참을 웃고 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속수무책으로 상황에 끌려가지 않으려 한다. 나는 나의 시간으로 삶을 잡아당기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거꾸로 가는 나의 삶을 일으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의 시계가 맘대로 돌아가도 나는 계속해서 똑바로 세우고 말 테다.
고장 나서 버리기엔 내시계는 아직도 쓸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