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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28. 2022

국수를 코로 먹겠네

수달 가족의 해풍소


남편이 물었다.


“저녁은 뭐 해줄까?”


우린 둘 다 요리를 좀 하기에 서로 먹고 싶은 걸 해주는 편이다. 남편은 내 건강도 그렇고, 요즘 심기가 안 좋으니 요리를 자주 해준다.


”난 잔치국수 먹고 싶어 “


남편이 주방에서 후다닥 국수를 끓여냈다.

그리곤 침울한 분위기이니 남편이 티브이를 틀었다. 무슨 소방관과 경찰이 동조하는 드라마인데, 여간 잔인한 게 아니었다. 나는 비위도 약한 데다 밥 먹을 때 잔인한 거나 싸우는 거를 안 보는 편이다.


‘속으로 무슨 저런 잔인한 장면이 하필 밥 먹을 때 나올 게 뭐람‘ 나는 얼른 사샤삭 그 장면을 넘겨 버렸다. 드라마가 좀 그래서 국수를 체하듯 먹고 일어났다. 그러자 식사자리엔 아들과 남편만 남았다. 아들도 그런 장면을 싫어해서 나를 따라 스킵을 했나 보다.


그리곤 나는 혼났으나 혼내지 않은 듯한 상황을 만났다.


“윤호야 아빠가 재미있게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그렇게 장면을 스킵해 버리면 아빠 기분이 어떻겠어?”


“안 좋겠지!”

아이가 고개를 숙였다.


‘아, 이것은 나한테 하는 말이구나’


나는 얼른 사죄를 했다.

“미안해 여보. 나도 아까 사샤삭 했어 “


“그런데 여보 나는 그런 피 튀기는 장면 보면서 밥 먹기 좀 그래. 비위도 약하고. 특히 밥 먹을 땐 유쾌한 거만 보자 했잖아”

“앞으론 안 그럴게. 근데 그런 건 보고 싶지 않은데.. “


아이가 이때다 싶어 얼른 따라 사과했다.

“아빠 나도 미안해. 나도 그런 범죄 장면 싫어해서 그랬어. 밥 먹기 힘들어서”


사과를 했는데도 남편이 삐져서 나갔다.


에잇~


남자가 나이 들면 원래 잘 삐지나.

요즘 더 잘 삐지는 것 같다. 요즘 부쩍 환자 우대가 사라지고 있다. 지금 자기가 그만한 일로 삐질 땐가 싶다가, 소심한 복수가 생각났다.


그렇다면..


나는 다음에 남편이 싫어하는 양자물리학 강의를 틀어놓을 테다.


밥이 코로 들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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