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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07. 2021

시원한 바람에 종일 기분이 좋았다

수달 가족의 해풍소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남편 회사에 들렀다. 후라이드

치킨을 튀겨갔다. 분명히 남편은 서울 사람인데 성격은 경상도 사람 같다. ‘잡히면 죽이 삔다’만 안 했지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다. 왜 왔냐고 하며 퉁명스레

말했다. 듣고 있던 이어폰을 빼서 남편 귀에 꽃아 주고 둠칫 둠칫 웃겨주려 했더니 겸연쩍어하며 이어폰을 빼고 가라고 한다.

힝~

진짜 성격이 반대이다.

영화와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도시락을 싸가도, 초밥을 포장해 가도, 피자 배달을 보내 주어도 역시나 남편의 반응은 늘 똑같다. 그래 성격이 반대이니 결혼했겠지 하며 다시 둠칫 둠칫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아 집에 그냥 들어가기 아쉬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아파트 벤치에 앉아 책을 조금 읽었다. 그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졸업 논문 계획서가 통과되었다고 말했다.

“언니 내 논문 도와주려고 하니 설레고 기대되지?”동생은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하니 뭐든 쓰는 일은 반가운지 안다. ㅎㅎ 무어라 대답하기 어려웠다. 실은

긴장되고 걱정되었다. 결과가 좋아야 할 텐데 도움이 안 되면 어쩌지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부러 숨겼다. 또 담당 교수가 깐깐하고 어려운 분이라고 했다. 진실을 말하기엔 동생 맘이 여린 편이었다. 언니에게 부담을 준다고 느끼면 상처 받을까 봐 괜찮은 척했다.


집에 오니 나를 기다리는 집안일이 산더미 같았다.. 참새 같은 새끼는 뻐끔뻐끔 배고프다고 했다. 퇴근길에

사서 가방에 넣어둔 기정떡과 쑥떡을 꺼내 참새의 입을 일단 막았다. 둠칫 둠칫 설거지며 청소를 해놓고 저녁부터 내일 먹을 반찬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재활용 버리는 날이라 엎친데 겹친 격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세 번이나 다녀왔다.  겨우 집안일을 마치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내가 손이 느린가?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일도 가정일도 잘하는 분들 진짜 존경스럽다. 어찌 그 모든 시간이 허락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하루가 이렇게 바쁜데~


재활용을 버리고 오다 밤하늘을 봤다. 구름이 뭉개 뭉개 떠 있어 귀여웠다. 금방 잡힐 듯한 구름을 보느라 별이 안 보이는 걸 늦게 알았다. 오늘은 별님이 나올 기분이 아니었을까? 아님 여행 갔을까? 새벽까지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시원한 바람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퇴근할 때 상쾌한 바람에 신이나 두 팔을 벌려 뛰듯이 걸었다. 뒤에서 보면 살짝 미친 듯이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것이 좋았다~


지금 여기 있음에 좋은 하루였다.

오늘도 감사하며 하루를 닫는다~

둠칫 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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