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29/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마음 감기약>
그런 날이 있다.
감기 몸살이 심한 날 말이다.
일단 마음에 고열이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고요함이 적막함으로 변한다.
그런 날은 마음이 허공을 헤매고 다닌다.
마음에 몸살이 나면 뭔지 모르게 사무치고 마음 한편이 아려진다. 애련병이 통증을 수반하기 전에 초기에 잡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아껴둔 편지를 꺼내 보았다. 소중한 글자 한 글자씩 손으로 쓰다듬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만져졌다. 그리운 이들의 사진도 살포시 보듬어 눈에 담았다.
보듬다 보니 행복했던 불씨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마음에 난방이 다시 돌기 시작한 것이다. 받았던 소중한 마음들이 살아나면 하나씩 다시 가슴에 새겨야 한다.
따뜻해지게.
따뜻해지게.
나는 이렇게 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이제 마음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 바로 이 방법을 쓸 셈이다.
오늘 해본 결과 효과가 아주 좋았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감기는 힘을 못쓴다. 내가 너를 이겼다.
마음도 몸과 똑같다. 좋은 것으로 덮이고 따뜻한 것으로 데우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감기는 치료보단 예방이 우선이지만 말이다. 감기에 걸리기 전에 마음을 늘 덮여 놓으면 걸리지 않을 텐데.
미처 그 생각까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