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2.18/토)

어느 공황장애,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아~ 찌뿌둥

자도 자도 피곤한 건 왜 그런 걸까? 그동안 못 잔 거에 대한 부족함일까. 오늘은 짐도 정리해야 하고 가구도 좀 버려야겠다.


어제는 정말 하루 종일 책만 봤다. 쓰기의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선 읽는 거만큼 효과 좋은 게 없다. 이제는 머리가 깊은 생각을 안 하려 든다. 거의 다 쓴 소설 하나를 브런치 창고에서 버튼 하나 잘 못 눌러 삭제되고 나서부터였다. 그때부터 내 머리는 내 말을 듣질 않는다. 메모장에 써도 그렇고, 브런치에 써도 그렇고 버튼 한번 정신 없어서 잘 못 누르면 날아가 버리니.. 그때의 그 유머나 독특한 생각들은 다 날아가 버린다. 그러고 나면 사람 멘탈이 탈탈 털려 만사 포기 상태가 돼버린다. 좀 꼼꼼해야는데, 덜렁이는 이 성격이 참 고치기가 힘들다.


머리는 아마 자기도 상처받았다고 시위하는 것일 테다. 약을 먹고 있어 잘 까먹는 데다 생각의 깊이도 자꾸 낮아지는데, 소중한 내 글이 삭제되었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연재가 중단되었었다. 그래서 어제는 쟁일 책을 읽으며 머리를 달래 보았다. 아마 계속 빌어야 풀어 줄듯하다. 그러려면 좋아하는 바나나우유 같은 글을 매일 쭉쭉 먹여야 한다. 머리도 뭘 좀 먹여야 풀리지 않겠는가.


내일은 신장 검사도 하는 날이고.. 이번 주도 빼곡히 매일 할 일이 있다. 살아 있음에 할 일이 있는 것이니 그것도 감사해야겠다.


범불안장애 환자에게 외출은 조금 힘든 일이다. 그것도 매일 나가는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는 일이다. 긴장과 불안이 하루 종일 기반이 되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상을 해결하려면 일반인 보다 수배는 높은 정신력을 써야 한다. 그래서 외출했다 들어오면 천리길을 날아온 철새처럼 다리가 후들거리고 쓰러져 잠들기 일쑤이다.


상처가 많다는 건 앞으로 받을 사랑이 많다는 뜻일 테다. 길모퉁이 수줍게 필 들꽃에서도, 작가님들의 소중한 글에서도, 파란 하늘에서도 나는 사랑을 느낀다.


귀하고 소중한 날들이다.

오늘도 다시 일어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 또 숟가락을 들자~~ 푹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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