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2.17/금)
어느 공황장애,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오늘은 참 많이 잤다. 6시부터 8시까지 책을 조금 읽다 잠들어서 이제 일났다. 진짜 오랜만에 푹 잔 거 같다. 역시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가 진리다. 소화제로 안되던 것이 하루 약 먹었다고 통증도 완화되고, 잠도 푹 잤다. 어제 큰일도 하나 해결해서 긴장이 풀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제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길에서 표정이 없구나. 카페에서는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는 왠지 지쳐 보였다.
나도 그럴까?
보통 나는 이어폰을 끼고 다니니깐 혼자 웃고 다니거나, 길치라 맵을 보고 다닌다. 약을 먹어 운전을 못하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버스비가 얼마인지 모르는 것부터 해서.. 건물마다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나는 시골 쥐가 따로 없었다. 하물며 택시도 못 탄다. 길에서 택시를 잡으니 다 예약된 차이다. 알고 보니 택시 정차하는 곳에 가서 택시를 타야 했다. 이제는 아무 길에서나 손을 흔들고 타는 게 아닌가 보다.
조금씩 조금씩 변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표정을 잃어 가는 듯했다. 예약 시간보다 1시간 일찍 가서 차도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면서 느꼈다. 우리는 많이 웃지 못하는구나.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땐 진짜 모습을 나타낸다. 지치고 고된 마음이 드러나 보여 안타까웠다. 맘 편히 잠만 푹 자고 일어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그것도 하기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길에서도 사람들이 웃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핸드폰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도, 지나가는 아가들을 보면서도.
사람들이 편안한 표정이었으면 좋겠다. 다들 지치고 힘든 표정이 내 언니의 얼굴일 것 같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 같아서 애잔해지는 오후였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무엇하나 달라질 게 없어도 우리에겐 오늘이 기적이다. 기적 그 자체만으로도 얼굴근육을 다 써서 크게 웃으셨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뽀로로를 좋아하는 이유도 뽀로로가 항상 웃고 있어서이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