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2.6/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외출>
2월은 기묘한 달이다. 인생의 바닥을 치는가 했는데 또다시 기사회생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 고진감래라 했지’하고 기뻐하면 ‘금세 새옹지마가 시작되고’ 어느 한순간도 평행선이 없다. 매 순간이 일희일비하다.
다행이라 할까? 일이 풀리든 안 풀리든 현실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이 좀 풀린다 하여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라 낙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니 현실을 직면하는 힘이 생기는 듯하다. 이번에는 일이 꼬인다 해서 놀라고 쪼그라들지 않았다. 그 결과가 더 놀랍다. 최선책보다 차선책이 훨씬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지금 나쁜 일이 후에도 나쁘지 않고, 지금 좋은 일이 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보장이 없는 것을 매번 체험하는 일이다.
한 가지 한 가지씩 해결하며 느끼는 것은 나의 뜻과 선택이 늘 올바르지도 정확하지도 않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나의 주관이 없어서 타인의 생각에 너무 이끌려고 곤란하고, 나의 주관대로만 밀고 나가도 곤란한다.
역시 적당한 조우만이 성장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시 조카 졸업식도 있고 언니와 동생도 보고 싶어서 짬을 내서 지방에 내려왔다.
거주지만 벗어났을 뿐인데도 속이 뻥 뚫리는 것 같고 시원했다. 몸은 힘들고 지치더라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코코도 만나고 오늘밤은 코코와 같이 자게 되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집에 있는 별이를 다 잊어버렸다. 역시 난 팥지 엄마가 확실하다.
여행은 집을 떠나면서 기존에 나를 잊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새로운 시야와 새로운 시선은 뇌를 리셋하게 만든다.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자주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낚시도 다니고 싶고, 등산도 다니고 싶다.
결혼 전처럼 밤새 기차를 타고 여수도 가보고 싶고, 월미도 가서 라이브 공연도 보고 싶다. 문화도 답사하며 사진도 찍고 사유하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은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