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3.26/일)
어느 공황장애,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나는 사실 매우 불안하다. 언제까지 이 통증과 함께 해야 하는지 기약이 없다. 이 심한 통증은 이사를 한 탓이라 여겼다. 근 십여 일 육체노동을 많이 한 탓이라 생각하며 모든 걸 내려 놓았다. 통증이 하루를 지배하고 정신을 온전히 지배해 버렸다. 나는 매일을 잠들고 일어나고, 잠들고 일어났다. 하루 종일, 일주일 넘게 오직 잠과 통증과의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나아진 게 없다.
여전히 아프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왜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하루에 먹는 약이 이십여 알이 넘는데도 차도가 없다니. 벌써 아픈 지 2년째이다. 치료를 시작한 지 8개월째 이르렀다. 언제나 이 고통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나의 삶은 아무것도 지속되지 않고 있다. 오직 살아 있음과 버티기뿐이다. 내 몸은 지속된 회복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생각도 삶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이래서 긴병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나 보다.
나는 절망의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 이 병과의 사투를 이제 그만 정리하고 싶지만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다. 일주일 전 병원을 갔더니 선생님은 더 심해졌다고 하셨다. 약을 더 강화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셨다. 일단은 기존 약을 받아가고, 안 되겠으면 바로 오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너무 절망스러웠다.
약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나의 이 끝없는 고통의 시간은 나를 언제까지 잡고 있으려는가.
밖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했다는데 우리 집 담벼락의 목련은 이제야 봉우리를 터트렸다. 내게 오는 봄은 한참 느리다.
밖에는 이미 완연한 봄이 와있다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