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5,6/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잘 잤다는 건 오늘 같은 날 하는 말이다. 네 시간 잤지만 적당히 거뜬하다. 오늘은 자다가 한 번도 깨지 않았고 별이 우는 소리조차 듣질 못했다.


별이는 네시부터 울었다는데 나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고 한다. 애매한 애기만 중간에 깨어 피곤한 눈을 말똥거리고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배꼽 알람이 울린다. 분명 좋은 신호인데 입맛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늘 그렇듯 토마토 퓨레와 올리브유에 볶은 그린빈에 아스파라거스를 조금 먹어야겠다.


눈뜬 지 십 분도 안되었는데 또 잠이 스르르 찾아온다. 응? 이건 무슨 일이지, 약의 힘인가? 나는 분홍이에게 점점 길들여지고 있다. 이젠 분홍이가 좋아지기까지 한다. 분홍 이를 먹으면서 하루에 하나씩 일상을 찾아가고 있으니 의지되는 게 당연하다. 부작용이라면 힘이 약해졌다. 그래서 활동시간이 꽤나 짧아진 감이 있다. 그래도 아픈 맘이

느껴지지 않으니 그게 어디인가?


세상엔 아픈 사람들이 참 많을 텐데… 어떻게들 다들 버티며 사는지 모르겠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데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받아들이는 걸까?


사람들은 다들 대단하다. 가슴속에 자신만의 기상의 변화와 기후를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인생에 날씨는 호우주위보가 내려도 마음의 날씨는 맑을 순 없을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울 텐데 말이다.


우리는 그런 날을 위해 오늘을 또 살아가는 것일 테지…


이곳의 오늘의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남동풍이 불어 꽃무릇 새싹이 움틀 거리겠으며, 오후에는 북서풍이 불어 시원한 바람과 함께 그리움이 도착하겠습니다.


오전에는 목캔디 한 움큼을 준비하시어 급격한 온도차에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가벼운 외투에는 핸드폰 대신 손수건을 챙기시면 급격한 더위에 화장 번짐을 예비하실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목캔디 마니아가 사는 정발산동 날씨였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5.4/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