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록
여기는 어디지?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공허의 진동이 공명처럼 울려 퍼지는 곳
무거운 공기가 압도하는 이곳
앞도, 뒤도, 아래도 보이지 않아
그래도 걸어야 해
이곳을 나가려면 걸어
계속해서 걷다 보면 길이 나올 거야
내발자국 소리가 주위를 감싸
다시 들려올 때의 공포는
살이 떨리게 무서워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온몸의
근육으로 쥐어 잡고 버텨
입을 틀어막아도 새어 나오는
나의 신음소리
그림자조차 허락하지 않는 칠흑
같은 공간이 주는 좌절
허락하지 마
이곳이 나의 끝이 아니야
걸어
계속 걸어
멈추면 안 돼
이곳에 머물면 안 돼
걸어
계속
계속
어둠이 옅어져 가니 벽이 보이네
이곳은 터널이었구나.
끝이 안 보이는 어둡고 긴 터널
고르지 않은 바닥을 걷다 삐끗해서 벽을
짚었어
다행이다 벽이 있어서
한숨만 쉬어 가자
딱 한숨만
너무 숨이 차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