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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8/목)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두통과의 대화>


굿모닝~

5시예요. 꿀 잠 주무시고 계신가요?

저는 스스로 눈이 떠졌어요. 아마 충전도 풀로 됐고 두통도 심해서 일어났지 싶어요.


급하게 약을 먹고 아이스팩을 하고 누웠습니다. 두통이 가라앉을 시간을 주어야 해서요. 머리도 아픈데 괜스레 기분이 좋네요. 텐션도 높고요. 오랜만에 만나는 본래의 저예요.


속이 살살 쓰리니 얼른 양배추즙을 한포 호로록해야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통 이 녀석과 대화를 한 적이 없네요. 얘기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안녕 편두통”

“난 너의 집이야”

“편두통 너 왜 매일 열심히 일하는 거야 “

“내 몸을 뜯고, 부시고 말이야 “


“봐봐”

“너도 에너지 나도 에너지야”

“너와 나의 원소가 다르지 않아”

“왜 정체되고 고여서 나한테 묶여 있어”

“넌 어디든 떠나도 돼 “


“너도 존중받을 수 있는 에너지인 걸 모르는구나”


“부정이 아니라,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단 말이야”

“나를 떠나서 이젠 자유를 얻어”

“널 묶어 두는 건 아무것도 없어 “

“너의 형태로 정체될 필요가 하나도 없어 “

“바람처럼 흩어지고 물처럼 흐르면 돼”


“음, 대답이 없네”

“그래도 난 네가 듣고 있다는 걸 알아”


“네가 대화할 생각이 있을 때 언제든 말 걸어도 돼”

“아참, 인사 없이 떠나도 쿨하게 이해할게”


“너와 난 다른 물질이 아니란 걸 잊지 마”

“하나는 고통을 주고 하나는 고통을 겪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란 걸 말이야”

“부디 빠른 답변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편두통과 이야기를 하고 나니 뭔가 속이 후련해지는데요. 정체된 응어리가 풀어지는 듯도 하고요. 플라시보 현상일지 모르지만 두통도 사라지고 있네요.


이거 은근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오늘은 제 몸과 찬찬히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대답이 없다 해도 듣고 있을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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