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7/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변덕쟁이 우울증>


날이 흐리네요. 제 우울증처럼요. 어제의 상향 컨디션은 오늘의 하향 곡선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참 묘한 기분입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으론 행동이 안 되는 기분이요. 안 되는 게 맞는 건지, 안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줄 쓰고 잠들고..


한 줄 쓰고 깔아지고요.


바라보는 영혜도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우울증 아이만 혼자 독식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눔 오늘은 죽자거나 슬픈 무엇을 하자고 하진 않네요.


우울증 이 눔의 오늘 계획은 무기력 인간 만들기 같습니다. 억지로 움직이면 과호흡으로 바로 암바가 들어옵니다.


세 가지 먹는 약 중에 한 가지 약이 일찍 떨어졌어요. 병원 갈 컨디션이 아니어서 다른 안정제를 먹었습니다. 이 안정제는 노란색인데 안정도 시켜 주지만 수면 유도제이기도 합니다. 오전부터 우울증이 출동 하길래 청소해 놓고 분홍이와 노랑이를 먹었습니다.


그리곤 넉 다운.


우울증은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죠.


일어나 보니 벌써 오후네요.

애기도 하교한 상태고요. 우울증이 싸우자고 하기 전에 잠들길 잘했습니다. 안 그랬다면 저는 지금 다른 행성에 가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잠을 잘 자니 신경통도 줄어들고 컨디션도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다만 무기력이 찾아오면 다시 몸이 무겁고 둔해집니다. 뇌가 지배당하는 걸 느끼지만 다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요즘 숙주가 잠도 잘 자고 컨디션도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지고 하니 우울증이 어망을 다시 풀어헤치는 게죠. 잡은 고기 놓칠까 봐요.


일단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무기력을 주입합니다. 일어나려 하며 과호흡을 무기로 쓰고요. 징한 눔이죠. 그렇게 누워만 있다 보면 야금야금 먹히겠죠.


그래도 다행인 게 있어요.


우울증에 질문을 무시했더니 무기력의 힘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만만히 볼 친구는 아닙니다.

워낙 가면도 많고 변수도 많은 놈이니깐요.


오늘은 김치부침개를 부치면 우울증까지 앞뒤로 노랗고 바싹하게 부쳐버려야겠습니다.


우울증 까지게 불 앞에서 어쩌겠어요. 그래도 안되면 기름 넉넉히 붓고 확 튀겨버리려고요~


빠싹하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1/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