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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5.21/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끝없는 질문과 불평>


요즘 참 끊임없는 질문들이 날 괴롭힌다. 삶의 모든 것에 의문이 들고, 그 의문에 답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그러다 드라마 도깨비가 생각났다. 도깨비에서 신이 나비 모습을 하고 나온다. 나는 그 나비 신에게 마구 따졌다.


“아니 누가 운명을 달라고 했나요?”

“왜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운명이라는 질문을 던진고 그래요?”

“누가 답을 찾고 싶데요?”


난 신에게 강한 불만을 말했다.

내 의사도 묻지 않고선 생명이라는 걸 주고는 유지해야 하는 고통을 주는 이유가 뭐예요?

이런 투정을 부리다가 다른 생각이 났다.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드라마-도깨비에서]


그때 나는 또 불만을 드러냈다.


“아니 애초에 세상에 떨어 뜨리지를 말지, 떨어트려 놓고선 떨어질까 등을 떠밀어 주신데”


“머물다 가심을 감사해야 하나요? 애초에 보내지 않으셨다면 더 좋았을 거 아니에요 “


막 이런 불만이 내 안에서 터져버리자 눈물이 막 쏟아졌다.


내 인생에 이런 고비들이 몰아치게 하시고 또 내 등을 떠밀어 주고 계신다고…

신의 심보가 뭐 이런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신이 내 곁에 머물고 계신다는 말인가?


남자의 형태로?

여자의 형태로?


갑자기 슬픔과 안도가 뒤 썩인 눈물이 흘렀다.


“그래. 나는 안도하고 싶었던 거야.”


끝없는 의문과 무의식 속에서 나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어. 끊임없이 빛을 찾았고, 길을 찾고 있었어.


어둠 속에서도 등을 떠밀어 주는 이.


내 안에 신이 머물다 가시는 것이라면,

나는 이제 안심하자.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니깐.

곧 길을 비춰 주시겠지.


신이 나를 솔찬히 떠밀고 계시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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