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증 우울증 환자예요. 괜찮을 때도 있지만 심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하루하루가 고비인 시기예요.
어느 날 제가 그랬어요.
“아, 이젠 정말 그만하고 싶다”
“아무 생각하기도 싫고, 진짜 살기도 싫어 “
“숨 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이 짓을 평생 어떻게 해 “
“난 너무 지쳤어 “
“견딜 만큼 충분히 견딘 거 아냐 “
“난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쉬고 싶은 거야”
“이번생은 나에겐 선물이 아니라 지옥이었어 “
그러자 바라보는 제가 말했어요.
“그래, 그렇게 죽으면 다 해결될 거 같아”
“난 모르지. 지금 지친 너의 삶이 죽으면 휴식으로 변하는지 “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상상하는 건 더 큰 갈망을 키울 뿐이야”
“내가 죽여줄게”
장례식장 안내판
바라보는 저는 저를 이렇게 죽였습니다. 그리곤 말했어요.
“어때? 너의 죽은 모습이? 내가 미리 준비했어. 너의 바람이라서. 조문객들은 이걸 보고 너의 분향실을 찾을 거야. 넌 이제 이곳에 없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도 대답할 수 없고, 너의 소중한 애기가 슬퍼 울어도 안아줄 수 없어. 너를 아끼던 사람들이 와도 너를 볼 수 없지 “
“조문객들은 그저 저 사진만 보고 가야 할 거야”
“운이 좋으면 영혼이 소멸한다치자. 그게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만약 영혼이 남아서 다 지켜봐야 한다고 해봐. 그건 또 다른 지옥이 아닐까?”
“네가 정말 원하는 모습인지 잘 지켜봐. 그래도 좋다면 너하고 싶은데로 해”
“잊지 마, 죽는 건 언제든 죽을 수 있지만 사는 건 네 맘대로 못한다는 사실“
제삼자의 눈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내가 죽었을 때의 모습, 상황들.. 모두 훤히 보이는 듯했습니다.
내가 진짜 바랬던 게 이런 걸까?
아니었어요. 그 마음은 제가 아니었어요. 혼돈했던 거죠. 우울증에 습식 되어 둘이 하나인 듯 느끼고 좌절했지요.
충동적 생각을 현실에 대입시켜 주니 이성의 힘이 강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곤 인격분리가 됐습니다. 제 몸에서 우울증이 튕겨져 버렸어요.
그리곤 깨달았어요. 이 영정사진에 우울증 이놈의 발을 묶어두어야겠다. 전 이제 한번 죽은 거예요. 다시 사는 내일은 다른 삶인 거죠.
순간순간마다 제 영정사진에 붙은 우울증은 들썩이며 요동칠 거예요. 지상에 올라온 루시퍼처럼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하죠. 이 녀석의 수법을 끝까지 다 봤으니 이젠 저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겁니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
드라마 도깨비에서..
운명은 신이 던지는 질문이라고 하셔서. 저는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생이 신의 계획일지도, 신의 장난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저는 저의 운명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 속에 답이 있을테니깐요.
그러니 충동이 올라오면 마주 하세요. 피하면 피할수록 갈망이 되어 힘을 키웁니다. 그 충동은 위험인자예요. 건강하지 않고 해로운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