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12/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우울증의 속삭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게 힘들까요?

아님 우울증 환자를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게 힘들까요?


전 후자라고 봅니다.


보통 환자들은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할 수 있는 한의 많은 다짐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래도 어디 선간 끊임없는 속삭임이 들려와요.


바로 ‘죄책감’이에요.


지금의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 거 같고, 생산적이지 못하고 미래가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요.


그래서 또 무로, 그러니 또 순환으로 이끌어내려고 하죠.


가족들에게도 주변에도 피해만 준다는 죄책감이 마음을 참 힘들게 합니다.


이 눔은 불식 간에 자주자주 출현하는 불청객이에요. 어제는 눈이 막 감기려는 순간 죄책감이 나타났어요. 귀에다 대고 속닥속닥 거리는 거예요.


“아프다고 자고, 약 먹었다고 자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

“겁나지도 않아?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데 “

“평생 이렇게 살 거야?”

“일어나 어서, 자버리면 또 쓸모없는 하루가 되는 거야 “


전 요즘 분홍이만 먹으면 한두 시간 안에 잠이 듭니다. 하루에 반이상은 잠들어 있어요.


샘께서 말씀하시길~

“약을 먹었을 때 깔아지면 약 용량과 아픈 정도가 잘 맞는 거고요 “

“약을 먹고도 별반응이 없으면 약용량이

부족하고 병이 더 센 상태예요 “


네, 전 우울증이 심할 땐 안정효과로 자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감정도 다운되고요. 기타의 증상 발현 들도 훨씬 줄어들고요. 신경통도 줄어들어 덜 아파서 좋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도 점점 올라오고요.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하고 싶은 일도 생기니깐요.


만약 안 자고 버티면 하루 종일 아픕니다.

깨어 있데 병은 계속 악화되는 거죠. 몸과 정신이 같이 아프면 정신만으론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선생님 처방데로 약을 먹고 자고 일어나면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든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몸도 정신도 좋아지는 게 느껴지고 있어요. 깨어 있는 시간은 짧을지언정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고요. 의욕도 생기니 마음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음~

그럼 죄책감은 왜 일어나라고 속삭이는 걸까요?


빨리 나을 수 있는 병도 아닌데요.

전 이 마음이 저와의 싸움 같습니다.

인간이 한 가지 생각과 마음만 가지고 살진 않잖아요. 선택하는 모든 순간 마다요.


죄책감은요. 언뜻 보면 선한 생각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부정의 늪이에요. 아주 위험한 아이예요.


우울증으로 가장 나쁜 선택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죄책감이었어요.


“가족에게 미안함이요 “


“다 내가 부족해서 이렇게 됐어.”

“나만 삶이 힘든 것도 아닌데, 난 왜 이럴까 “

“난 참 나약한 사람이야 “

“난 왜 마음이 약하게 태어났을까 “

“나는 짐만 되는 사람이야”

“이젠 그만하자 “


이런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속삭임들이 들려오면 그냥 구름처럼 바라봅니다. 떠있다가 흘러가라고요.


잡고 있으면 비가 되고 태풍이 되더라고요.


“그래”

“이런 생각들도 나를 위한 염려하는 마음일 거야”

“걱정하지 마. 염려”

“난 잘하고 있으니깐”

“넌 그냥 가던 길 가면 돼”

“고마운데 말이야, 졸린 땐 쫌 찾아오지 마 “

“잠 좀 편하게 자자“

“알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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