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가족의 해풍소
아이가 상장을 받아왔어요.
가장 고마운 상이예요. 선행상이거든요.
평상시 늘 노력했구나 싶어 참 감사했습니다.
친구들 투표로 받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희 아들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좀 이해 안 가는 아이예요. 매일 노는데 공부는 잘하고요. 기억력도 좋은데 집중력도 좋고요. 호기심이 많아 아는 것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요.
부모가 잘한 게 아니고요.
‘오은영 선생님 말씀이 타고난 기질이 좋은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부모는 우쭐하지 말라고요 ‘
진짜 어릴 땐 몸이 약해서 한 달에 3번을 입원했어요. 병원 짐가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으니깐요. 저에겐 이렇게 건강하게 걸어 다니는 일도 기적입니다.
여태껏 학원이라면 피아노와 운동 쪽만 다녀봤어요. 초등 4학년 때부터는 밀크티 하나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밀크티를 거의 안 하는 거예요.
전 평상시 공부하란 말을 거의 안 해요. 수행평가 있을 때나 숙제 있을 때만 문제집 조금 풀고 가는 아주 자유로우신 영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진지하게 물어봤어요.
“밀크티가 하기 싫어?”
”응 “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깐 자꾸 안 하게 돼 “
“그래, 하기 싫음 끊을까?”
“응, 끊어”
“공부엔 흥미가 없어졌어? “
“딱히 그런 건 아닌데.. “
“공부를 못하는 나는 싫거든”
“근데 좀 충격 요법이 필요할 거 같아”
“어떻게?”
“엄마 난 결핍이 필요해”
”모든 게 너무 풍족해 “
“떨어질 수 있는 데까지 떨어져 볼게”
“떨어졌다가 아니다 싶음 그때 하지 뭐”
“그래, 그렇게 해”
"꼴찌를 했는데도 행복하고 즐거우면 그렇게 살아도 돼”
"꼴찌를 했는데 상처받고 주눅 들면 그땐 다시 시작해도 되고”
“엄마는 응가 잘하고 밥만 잘 먹으면 바랄 게 없어”
“태어났을 때부터 똑같이 소중하니깐, 엄마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경험 다 해봐 “
그리곤 바로 아들 앞에서 전화를 해서 밀크티 해지를 시켰습니다.
전 저희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떨어질 수 있는 데까지 떨어져 보겠다는 자신감이’ 멋졌고요.
스스로 결핍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참 기특합니다.
어릴 땐 참 많이도 아팠어요. 살아만 있어도 고마운 아이였습니다. 그 작은 발로 걸어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노는 모습도 신기한데, 이제 정신도 많이 자랐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 아프게 했다고 신께 따졌거든요. 아들 생각을 하니 또 회개해야겠습니다.
이제 꼴찌 하면 꼴찌 했다고 올릴지도 몰라요.
ㅋㅋ 너무 귀엽잖아요.
꼴찌면 또 꼴찌라서 이쁘고요.
잘하면 잘해서 이쁘고요.
모든 모습이 이쁜 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