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24/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수면제 복용 2일 차>
수면제에 대한 환상은 모두 깨졌다. 나는 먹으면 잠이 솔솔 올 줄 알았다. 오래 푹 잔다거나, 개운하기라도 할 줄 알았다. 아니면 수면시간이 길 거라고 생각했다.
첫날
복용-10시
잠든시간-1시
수면시간-5시간
기상-6시
그것도 잠이 솔솔 와서도 아니고, 수면안대를 하고 누워서 명상을 하다가 잠들었다.
둘째 날
복용-11시반
잠든시간-2시
수면시간-3시간
기상-5시
3시간은 꿈도 없는 무의 세상이었으니 수면제 시간은 이정도였다.
한 시간은 멍하니 있다가 6시에 다시 잠이 들었다. 머리가 아파 일어나니 10시 반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 모르게 복잡한 꿈의 연속이었다.
일어나니 집안은 모두 조용했다.
아, 애기는 학교 가고 남편은 회사 갔구나.
펜잘을 먹으려고 주방에 나갔는데 거실에 남편이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여보 왜 여기 있어?”
“회사 않갔어?”
“나 쉬는 날인데..”
애기가 방에서 나왔다.
“어머 너 왜 학교 않갔어?”
“오늘 토요일이니깐 학교 안 가지”
어머나, 나한테는 금요일인데 세상은 토요일이란다. 나에겐 하루가 사라졌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그거 수면제 부작용이래”
“내가 찾아봤는데 하루가 없어지고 막 그런데”
“와우, 버라이어티”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같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시간대에 있다는 착각.
아점을 먹고도 이해가 안 가서 물었다.
“난 아직도 이게 현실이 아닌 거 같은데..”
“뭔가 ‘붕‘ 떠있는.. 현실 같지 않은 “
“그것도 부작용이야”
“아직 잠든 상태일 수도 있어”
“어떨 땐 자면서도 밖에 돌아다니고 그런데 몽유병처럼”
와우~ 놀라워라.
약효보다 부작용이 쎈놈이네.
살짝 겁이 나는디..
남편이 여기가 현실이라며 달고나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어줬다.
달달한 사탕을 먹는 꿈같다.
참 신기한 세상이다. 약 한 알이 주는 변화가 이토록 다양하다니. 애기가 현실이라며 와서 뽀뽀 세례를 해주고 갔다.
그제야, 현실이여.
현실이구만..
수면제의 세상이 신기하기도 하고 불신이 두터워지기도 한다.
암튼 덜 먹도록 노력해야겠다.
자주 먹어 좋을 게 없다.
약과의 동거를 어여 끝내고 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