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_수면제 복용 1일 차>
수면제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나 보다. 선생님 처방대로 처음엔 반알을 먹었다. 그래도 반응이 없어 반알을 더 먹었다.
수면제를 먹으면 픽 쓰러지는지 알았는데 내 경우는 그냥 그랬다. 수면 유도제와 다를 게 없는 느낌. 내가 소보다 쎈가 보다.
아~ 잘 잤다 (X)
아오 피곤해, 못 일어나겠어(X)
그냥.. 힘이 넘치지도 않고 푹 깔아지지도 않는 컨디션(O)
자는 동안 화장실 (X)
꿈을 꾼 기억 (X)
감정상태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일어났구나 정도이다. 약을 꾸준히 먹으라고 해서 일어나자마자 약부터 먹었다.
밤에 남편에게 물어봤다.
“내가 선생님한테 잠이 안 온다고 한 게 처음도 아닌데 왜 수면제를 주셨을까? “
“이번엔 필요해 보였다는 거지”
“저번에도 울었는데.. 이번에는 환자분? 환자분? 환자분? 이렇게 계속 불렀잖아. 정신 차리라고도 하시고 “
“나 정신 있었는데, 이렇게 부르시는 건 처음이야”
“뭐가 달라진 거지? “
“내가 보기에도 엄청 위태롭고 정신없어 보였어”
“응급실에 환자 이송해서 의식확인하는 거처럼 자기 정신없었어 “
“아냐, 나 멀쩡했어”
“내가 고집을 피우는 거라 치고 “
“그래도 들어봐 “
“내가 컨디션이 될 때 집안일을 안 한 적이 없잖아 “
“가족들한테 예민하거나 화를 낸 적도 없고”
“가족들 대하는 기분에 기복도 없었잖아 “
“여전히 잘 들어주고 부드럽게 얘기하잖아”
“변한 거라곤 나뿐이야”
“혼자 울고 힘들어하는 거“
“그게 입원할 만큼 심각해? “
“다른 건 다 맞는데, 자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것도 증상이래 “
“답답하네. 난 괜찮은 거 같은데”
“옆에서 보면 느껴져. 심각해지는 거“
어제는 ‘우울증, 바라보는 나, 본래의 나’가 하나가 되었다. 이럴 땐 우울이가 대빵이다. 이성에는 마비가 오고 감정은 극대화된다. 참 이해가 안 된다.
‘내 몸이지만 가장 인지 못하는 사람이 나라고?’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분이 약을 먹고 하라는 데로 해야겠다. 그래도 샘이 나보단 훨씬 잘 아실 테니깐.
기분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먹고 싶은 건 없는데 배는 고프다. 그러니 본능은 잘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외상 없는 상처가 더 오래간다. 차라리 넘어져 피라도 났으면 속 편할 것을.
우울증은 참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병이다.
주변에도 죄송하고 염치가 없다.
오늘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련다.
하루에 5분만 숨을 쉬자고 누군가 말했던 거 같은데… 또 출력이 안된다.
오늘은 어제의 염원이었던 사람들의 소중한 하루다.
그걸 잊지 말자.
삶은 소중하다는 걸.
각인
또
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