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22-2/목)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눈물이 마르지 않는 날>


오늘은 정신병원에 가는 날이다. 난 병원이참 가기 싫다. 이주에 한 번씩 가기도 힘들고, 이주동안의 일을 말하는 것도 어렵다. 제일 중요한 건 속 얘기를 꺼내는 게 아직도 어렵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 보자.. 그래 이주동안 어떠셨어요? “


“……. 음…. ….. 머리가 잘 출력이 안 돼요”


“마음이 없어져서 힘들었고요, 마음이 돌아와서도 힘들었어요 “


“좀비가 된 거 같이 저를 잘 모르겠어요”


“자꾸 증상이 바뀌는데 원래 이런가요? “


“증상은 다 각기 달라 보이지만 불안이란 범주안에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환자분 환자분, 나 좀 봐요 “

“울지 말고요. 정신 좀 차려봐요”


몇 분 동안 나를 물끄러미 기다리셨다.

죄송한데도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선생님 저 미친 거 같아요 “

“저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고요. 제가 이런 상황을 다 만드는 거 같아요 “


“그냥 움직이면 되는데, 왜 그걸 안 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요. 다 꾀병 같아요 “

“내가 만든 가상 세상은 아닐까, 매일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저 미친 건가요?”


환자분 환자분 잠시 진정하세요 “

환자분은 지금 매우 위험한 상태예요 “

환자분은 미치지 않았어요”

“가정을 지키셔야죠? “

“지금 누구라도 환자분 상황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


“그래 잠은 어떻게 자요?”

“잠이 제일 중요한데요 “


“잠을 못 잘 땐 며칠씩 못 자고요. 그래서 약을 과다 복용할 때는 하루 3알인데도 4알 반도 먹고요”

“삼일은 약을 안 먹고도 24시간 화장실만 다닐 정도로 계속 잤어요”


“삼일동안 계속 잔 게 언제예요? “


“엊그저께요 “


“심각하네요”

“지금 약을 이만큼 먹으면서 이 정도면 일상생활은 아예 못하고 있다고 보겠네요 “

“신경통에 온몸이 아프고 버티기도 힘들다면서요 “

“아마 지금 치료 중이 아니었다면 안 좋은 선택을 하고도 남을 수준이에요 “


“그럼 어떡하나요? “


“일단 안정을 찾아야죠 “

“절대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

“잠이 제일 중요해요. 낮에는 되도록 자지

말고요. 일상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세요 “

“우울증 약도 한 번 더 넣어서 아침저녁으로 추가해서 복용하도록 할게요 “

“이번에는 수면제를 같이 드릴 거예요. 매일 먹으라는 건 아닙니다 “


“아, 전 졸피뎀은 안 먹을래요 “


“그런 거 아니에요”

“전혀 다른 약이에요”

“매일 드시지 말고요 “

“아 오늘은 잠 못 드는 날이다 싶은 날만 드세요 “


“그럼 몇 시까지 기다려봐요?”

“전 10시면 자고 싶은데, 새벽 3시 정도면 될까요?


“그럼 너무 늦죠. 12시까지 잠이 안 오면 드세요”


“그럼 언제 깨나요? “


“언제 깨어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너무 늦게 먹으면 또 일상생활이 안 되겠죠? “


“네”


“휴…. 지금 너무 불안정해서 보내드리기가 너무 걱정되네요…“

“보내드려도 될지 모르겠어요 “

“잘 못하면 입원할 수도 있는 직전 상태예요 “

“그러니 그 정도까진 가지 않게 환자분도 노력을 많이 하셔야 해요 “


“네”


“그만 우시고요. 애기 생각해서라도 힘내셔야죠. 아셨죠?”


“네”


“네 이주 후에 뵐게요 “


“안녕히 계세요”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데 남편은 상담실에 남았다. 선생님은 남편과 나보다 더 오랜 상담을 했다.


”샘이 뭐라고 하셔? “


“응, 긴장과 불안이 극도의 상태래. 24시간 잘 지켜주래. 24시간 누가 곁에 있어줄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 친정으로라도 좀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


당신은 속 얘기를 잘 안 하는 사람이니 겉만 보고 괜찮다고 판단하지 말라고 “


“공감을 많이 해주고 잘 들어주라고 하셨어”


들어보니 의사 선생님 말이 맞다. 난 감수성이 풍부하고 표현은 잘하는데 내면의 고통은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방을 하나 만들어서 차곡차곡 덮는 편이다.


상담 때 물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팔 묶어 놓는 병원에 가두는 거냐고 했더니, 그런 병원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심각한가 보다. 나도 나의 내면의 방을 볼 수 없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눈이 많이 무겁다. 우울증은 눈밑에 저수조통을 몇 통씩 달고 다니나 보다. 눈물을 퍼내도 퍼내도 계속해서 나온다. 상담하는 동안 하도 울어서 개구리 눈이 되어버렸다. 퉁퉁하니 짝퉁 필러를 여러 방 맞은 느낌이다.


나는 겉만 보고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쓸쓸히 남는다.


맞다.

나는 겉만 보면 늘 밝은 사람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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