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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3년 기록

고독을 위하여

2023년 기록

by 이음

의사 선생님의 말했었다. ’ 나는 속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아서 그럴까 만은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속을 내비치지 않을 사람 같다.


그냥 내 안에 다 덮고 가는 게 나의 숙명처럼 느껴진다.


답답했다.

뭐라고 딱히 짚을 순 없지만, 오늘은 속이 많이 답답했다. 오랫동안 닫힌 문을 살짝 열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샤워도 하고, 산책도 했다. 그래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나는 이게 우울증의 회유인지, 나의 진심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래도 굳게 결심하고 한 시간은 실랑이 끝에 캔맥주를 얻어냈다.


그제야 나는 물어봤다. 진짜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냐고 말이다.


아무 때나 뛰어내릴 수 있으니깐 잘 지켜보라고 했다고 한다. 혼자 살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술은 절대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내가 평소 술을 안 마시니 오늘 적잖이 놀랬을 것이다.


나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마시고 싶었다. 물론 반 캔 마시고 그이를 줬지만 반캔도 쪼매 힘에 부친다.


그냥 맥주가 한잔하고 싶었다. 한 없이 고독한 나를 달래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 매개체가 맥주가 될진 나도 몰랐다.


아직은 실신하지 않고도 제정신이다. 그 사이 술이 세진 거 같다.


그냥 오늘은 고독하다.

고독하고 싶은데 고독이 때론 애리다.

내 안에 쌓아둔 고독이 자꾸만 울컥울컥 올라온다. 이름도 없고, 정체도 없는 녀석들이 한데 쌓여 울고 있다.


우울증이란 아이와의 동거도, 삶의 현기증도 모두모두 지워버리고 싶다. 이들이 날 떠나 버렸으면 좋겠다. 이 장맛비에 쓸려 멀리멀리 흘러갔으면 좋겠다.


너무 삶에 바른길만 가고 싶지 않다. 막 삐뚤어 지고도 싶은데, 또 그럴 성향도 못된다. 오늘은 무리한 나를 달래 재워야겠다.


자장자장 우리 미운오리새끼~


잘도잔다, 우리 미운 오리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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