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28-2/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이 글은 매우 우울합니다. 정서가 미약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자살을 정당화시키며 설득하려고 하는 말들이 아니다. 내가 겪어본 감정의 선들을 기록하는 것뿐이다


<우울증_비에 젖은 몸으로>


우리는 비를 맞는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피해 갈 수 없는 불가결의 관계이다. 비는 때론 세상에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하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은 한 방울의 물도 계속해서 떨어지면 바위도 뚫린다는 말이다. 하물며 사람인들 다를까.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살을 하면 사람들은 그런다. ’ 저렇게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재주고 많고, 돈도 많은데 ‘ 뭐가 아쉬워서 죽느냐고 말이다.


사람이 가진 게 없을 때만 죽는 게 아니다. 욕심이 많아서 더 가지지 못해서 죽는 게 아니다. 또는 지켜야 할 게 없어서도 아니고, 소중한 게 없어서도 아니다.


지금의 고통을 더 이상 버틸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 이성이 마비된다. 인지능력이 손실되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다. 이런 사건의 경우는 대부분은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살고자 하는 본능만큼 우선시 되는 게 있을까. 그러나 우울증 환자의 뇌는 정상인의 뇌와 인지기능에서도 다른 차이를 보인다.

만성 스트레스 질환인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뇌의 상태는 어떨까요? 이때 가장 중요한 뇌 영역이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인데요. 특히 대뇌피질 가운데 '전두엽'의 혈류 감소가 뇌를 촬영한 영상검사에서 확인되기도 하며, 때로는 지나친 과부하가 의심되는 변화를 보입니다. 우울증 환자에서 좌측 전전두엽 피질의 한 부분의 부피가 정상보다 약 40% 정도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출처: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N블로그


전두엽이 손상되면 이성적 사고에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우울증 환자에게 ‘의지의 문제라고 일상을 강요한다면’ 마치 울타리 없는 목장에서 양 떼를 지키라는 말과 같다.


우울증도 단계가 있고 증상마다 다른 대처법이 필요하다. 막상 내가 우울증에 끝에 서보니 알겠다. 자살이란 사건이 선택이란 말에 맞는 것일까? 선택보다는 실족에 가깝다. 판단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사건 말이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세상의 모든 가치가 무용해진다. 어차피 떠날 세상. 남은 사람들은 잠시는 힘들겠지만 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겠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본래 가지고 나온 시간이 짧았다고 합리화하게 되는 게 우울증이다. 큰 키가, 훌륭한 외모가, 통장에 돈이.. 우울증이 주는 혼란을 없애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내가 아닌 게 되어 버리는 순간 영화의 주인공은 바뀌어 버린다.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지만 조연의 출연은 짧지 않은가.


내가 있든 없든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매일 같은 태양이 뜨고 다시 비가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나도 당신도 그 태양 아래서 함께였으면 좋겠다. 비는 비로소 지나갈 수 있게 말이다.


양자 물리학에 의하면 당신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당신이 있다.


그러니 나는 우리의 우주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과 나의 행성이 태양과 함께 공존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이 우주여행을 잘 끝 마치길 바란다. 나 또한 이 행성 어딘가를 여행중일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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