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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ul 15. 2021

남편에게 들켰다

수달 가족의 해풍소

그제는 운이 좋았다.

남편과 장을 보러 갔더니 초록 초록한 싱싱한 옥수수를  팔았다. 나는 어여 15개를 업어왔다. 껍질이 노란 옥수수는 너무 여물어서 삶아도 딱딱한데, 이번에는 야들한 옥수수로만 잘 골라왔다.


“한 번에 다 삶기에는 너무 많지?”

“10개만 삶고 5개는 두었다가 먹자.”

“삶아서 3개는 내일 회사 가져가야겠다.”


“응, 그래”

“반씩 잘라서 삶아줘”


나는 하던 일을 하고 남편은 옥수수 쪘다.

맛있게 삶는 비법을 알아냈다며 맛있게 삶아 준다고 했다. 소금과 설탕을 넣어서 간이 딱 좋았다.

야들하고 쫀득한 옥수수를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곤 나는 저녁도 옥수수로 먹었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것처럼 열심히 찜통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평소 내 양보다 많이 먹는 것 같으니 남편이 말했다.


“그만 먹어”

“그러다 또 체해서 고생하지 말고”

“곰탱이처럼 먹지 말아”


남편님 말씀이 지당하시니 옥수수로 가는

손도 잡아 수긍하려 애썼다.

그때 남편이 구름과자를 섭취하러 나가셨다.

나는 이때다 싶어 옥수수를 가지고 와서 이불속에 숨었다. 

거실에 티브이를 켜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리를 세워 공간을 만든 뒤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남편이 그대로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깔고 뭉갰다. 옥수수가 이불에 닿을까 봐 열심히 버텼다. 내가 버티니 이불을 열어젖혔다. 그때 나는 옥수수를 막 뜯는 찰나였다. 고개를 들어 남편을 보다 우리는 서로 빵 터졌다. ㅋㅋㅋ


“아 왜 뭉개고 그래?”

“아니, 자기가 뭉개 달라고 이불 뒤집어쓴 거 아니야?”

“난 여보가 먹지 말래서 숨어 먹은 거지!”

“안 들키려고~”


“나와서 먹어 체해”


남편이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남편이 옥수수를 안 가져가서 잊어버린 줄 알고 안 먹고 기다렸다.


“자기야 왜 옥수수 회사 안 가져갔어?”

“자기가 그렇게 잘 먹는데 내가 어떻게 가져가”

“자기 먹으라고 안 가져갔지”

“왜 안 먹었어, 자기 다 먹어”


그때

남편의

사랑의

아리아가

들렸다



자~

기~


다~


먹~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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