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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15/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또 하나의 인연>


별이가 울지 않아 행복한 아침이다. 누가 오면 화원인 줄 알겠다. 집안에 습도가 가득하다. 두통은 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아침이다. 살포시 환기를 시키며 송풍기를 틀고 다시 누웠다. 십 분만 환기를 시키고 제습을 해야겠다.


어제는 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 필라테스를 두 번 받고 왔는데도 등에 힘이 생긴 기분이다. 서고 앉기도 힘들었던 내가 어느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달라 발 근육 마사지와 지압도 하며 배운 거를 자꾸 해보게 된다.


첫 수업을 하고 집에 오자마자 직구로 아로마테라피 오일을 샀다. 제대로 배운 건 없지만 샘이 하실 때처럼 바르고 맡고 있다. 아로마의 종류는 천차만별이지만 나는 보편적인 걸로 구입했다. 진정효과가 다 있는 아이들이다. ‘오렌지, 페퍼민트, 티트리, 유칼립투스‘ 네 가지를 샀다. 과호흡이 올 때마다 사이비처럼 믹스도 해보고 하나씩 맡고 바르니 과호흡에도 차도를 보인다.


아로마의 세계는 정말 신기하다. 식물의 힘이란 인간의 세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의약품의 기초가 아로마였다고 하니 어찌 보면 약보다 무해하고 천연일 수 있겠다. 식물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성분이 사람에게는 치유의 효과를 보인다니 말이다.


어제도 머리가 아파 누워 있는데 필라테스

샘에게 연락이 왔다. 내려놓음에 관한 영상 링크를 보내 주셨다. ‘써니즈님이 다녀오신 덕분성담’님의 내용이었다. 처음 듣는 해석이었지만 나 또한 이쪽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명상, 육, 혼, 참나, 에고..’ 우리는 이런 대화를 이어가다가 내 안에서 들리는 또 다른 목소리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때론 에고 일수도 있겠고, 때론 참나일 수도 있겠다.


참 신기한 인연이다. 언니들의 권유로 억지로 집 근처 아무 데나 가게 된 필라테스 원장님이 나와 같이 아픈 분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나와 같은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신기했다. 책도 좋아하시는 분이고 늘 공부를 멈추지 않는 분 같아 더 좋아 보였다. 그분은 이미 김승호 회장님 유튜브 강의를 들은 적이 있으시다고 했다. 나는 존경하는 ‘김승호 회장님과, 림태주 작가님의 책을 소개했다’ 수업이 끝날 때 두 분의 책을 선물해 드릴 생각이다.


샘은 가까운 사찰에 가서 절을 하고 오거나 등산을 즐기신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말부터 꺼냈다.


“가까운 산에 가실 때는 저도 데리고 가세요. 멀리 갈 체력은 못 되지만 아주 낮은 산은 갈 수 있어요 “


“어, 그래요. 우리 당장 날 잡아요”


핸드폰을 꺼내시더니 일정을 확인하셨다.


“일요일은 어때요? ”

“내가 10시 수업 밖에 없는데..”

“그럼 우리 정발산부터 가요”


“어, 저 정발산 좋아해요”

“거기 평심루 지나서 내리막길로 가면 약수터 있잖아요 “

“가보셨어요?”


“아뇨, 전 꼭대기 체육시설 있는데 까지만 가봤어요”


“아, 그러셨구나”

“입구로 올라가서 정상 체육시설 벤치 지나면 정발산역 쪽으로 내려가잖아요 “

“ 바로 아래는 아람누리로 공연장이 있고요”

“그렇게 왕복하면 힘들어 죽어요”

“그럼 샘 약수터까지만 다녀올까요?”

“거기가 고즈넉하니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네, 그래요”


“그 대신 비 오면 우리 가지 마요”

“좋은 날도 많으니깐요~“


평상시 나 같지 않은 약속을 해버렸다. 언제 아플지 몰라 집 앞도 조심스럽던 내가 말이다. 샘을 만나면 두통은 있지만 다른 증상들은 사라진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샘은 왠지 기를 주는 사람 같았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기를 뺏기는 쪽인데.. 기를 받는 사람을 만나긴 힘든 일이었다.


어제저녁에 샘에게서 톡이 왔다.

“내일 비가 안 와야 할 텐데요 “


“그러게요, 오면 오는 데로 또 좋은 날이 오겠죠”


“그럼 낮에 차 마시러 와요”

“10시 한 타임 밖에 없으니깐..”


매일 차 마시러 오라고 하시는데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매일 아프니..


“아니다, 우리 맛있는 점심 먹어요 “


나도 모르게 또..


“그럴까요? “


“보통 아침 몇 시에 먹어요? “


“주말에는 대중이 없어서요 “


“난 11시에 수업 끝나요”


“그럼 12시까지 갈게요”


“그래요, 그럼”

”우리 내일 만나요 “


누가 온데도 그렇게 못 오게 하던 나인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우리는 얘기가 아주 잘 통한다. 샘은 사업 확장 계획이 있지만 문서 쪽이 약하시고, 나는 문서 쪽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관심분야도 비슷하고 타로도 좋아한다. 서로의 궁합이 참 잘 맞는다. 그래서 그런지 아픈 것도 잊고 약속을 잡아 버렸다.


또 다른 길이 열리려나 보다. 인과 연이 닿았다. 나는 또 어떤 길을 열려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설렌다. 내가 모르는 세상을 만나기 때문이다.


아무튼 만나면 마음이 편한 분이다. 꽁꽁 잠긴 나의 마음의 빗장을 쉽게 풀어내신 분.


그냥 학원 원장님과 수련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이었는데, 우린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전생에 뭔가 있는 걸까?


신이 인연을 맺어 주시는 데는 분명 뜻이 있을 테다.


어떤 인연일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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