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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3년 기록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

2023년 기록

by 이음

토요일에 들른 카페 사장님은 알고 보니 브런치 작가셨어요. 나중 목표는 작가라고도하셨고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맞팔로우를 했어요. 그런데 대화가 길어질수록 카페사장님의 지식과 지혜가 상당하신 거예요. 말씀하시는걸 다 글로 적어도 될 만큼요.

사유도 깊고 경험도 상당하셨어요.

슬슬 브런치 맞팔한 게 후회가 됐습니다.


“사장님 저 브런치 맞팔 한 거 너무 후회돼요”

“전 완전 사장님에 비하면 아가인데요 “

“제 글 보시면 엄청 유치하실 거예요”


“아니에요, 무슨 그런 말을 해요”

“다 똑같지요 “

“말 잘한다고 글 잘 쓰는 거 아니랍니다”


“전 가끔 제 글을 보이기가 겁나요. 벌거벗은 기분이 들거든요”


“아니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 그게…. “


끝 말을 흐렸지요. 차마 말하지 못했던 돌덩이를 이제는 내려놓을까 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때 상황이 많이 안 좋았고 생각의 크기도 짧았어요.


큰 오해를 받은 일이 있었어요.

존경하는 선생님께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이었지만 온라인에서도 힘을 발휘하잖아요. 숙제도 내고 공지도 올리고요. 전 살면서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그때처럼 삶이 생글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어요.


수업이 끝난 후에도 제자들은 자발적으로 온라인 그룹을 만들었어요. 매일 세줄이라도 좋으니 글을 올릴 사람들끼리 모이자고요. 물론 저도 그 소모임에 들어갔습니다. 따로 남아서 연습을 하는 제자들이 안쓰러운 선생님은 그 단톡방에 들어와 주셨어요. 지켜만 봐주신다고요. 그 기분이야 말로 날아가는 거 같았지요. 알고 보니 다른 제자분들의 애청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들 열심히 써서 상당히 재밌었어요. 그러다 한두 분씩 거르는 날이 생기더라고요. 그때까지는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했어요. 어차피 강요도 아니고요.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글 쓰는 사람이 저를 포함해서 세명에서 두 명, 두 명에서 네 명, 그러다가 마지막엔 한 명, 저 혼자만 쓰게 되는 거예요. 전 그때는 더 초보라서 제 사생활 위주의 글을 썼거든요. 다른 분들은 제 글을 다 읽는데, 전 그분들의 글을 읽을 수가 없잖아요. 글을 여럿이 올리면 서로 기억도 안 나고 평가도 안되는데 저만 계속 혼자 올리자니 점점 창피했어요. 이런 날이 계속되니 글을 안 쓰기도 뭐 하고, 혼자서 계속 쓰기도 뭐 했어요.


안 쓰자니 제자들 기특하다고 지켜봐 주러 오신 선생님은 뭐가 되며, 저마저 안 쓰면 그 방은 유지가 안되잖아요. 근데 전 날이 갈수록 벌거벗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저를 평가하고 벌거벗은 제 몸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침 저도 집안에 일이 생겨서 정신줄 잡고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저 때문에 방을 탈퇴하고 싶은데 못 나가는 사람들도 있으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도 들었고요. 저만 글을 쓰는 게 더는 도움이 되는 거 같지 않았어요.


그때 저는 같이 글을 안 쓰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전 좀 맺고 끊는 성격이거든요. 하기로 했으면 하고 말기로 했으면 말아야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요. 그런데 그 온라인 방안에는 저보다 연배도 많으신 분들도 계신데 글을 쓰기 힘드시면 방을 그만 운영하자고 말하기도 힘들잖아요. 제가 뭐라고요. 전 방장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전 선생님께 살짝 말씀드리고 빠지고 싶었어요. 선생님께는 양해를 구하는 게

방에 들어와 주신 선생님에 대한 예의 같았어요. 저는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저 사실 힘들어서 더는 글을 못쓰겠습니다 “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땐 상황이 그렇게 안 됐어요. 선생님은 선생님이 계셔서 저희가 어려워하는지 알고 방을 나가셨어요. 저희를 편하게 해 주신다고.


사정은 다 말하지도 못하고 저는 방을 없앤 사람이 되었지요.


그때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그분은 선생님과 아무 때나 통화나 연락을 자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래도 되냐고 했더니, 하지 않는 게 문제지 뚫고 나가면 다 길이 있다고요. 전 그분의 말을 믿고 오해를 풀고 싶었어요. 제가 어떤 사정이어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요.


결국은 아직까지 다 오해를 풀진 못했어요. 나중에 뵐 기회가 된다면 다 말씀드릴 날이 올까요?


전 왜 그때 상황에 맞는 말을 못 했을까,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그때 제 개인적인 사정만 없었어도, 여러 구설수에도 해명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전 침묵으로 일관했네요. 누군가는 말을 만들고 저는 민들레 홀씨처럼 혼자 날아다니는 걸 보며 그땐 참 힘들었습니다.


분위기 좋은 방을 해체시켜 버린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지요.


그냥 나도 남들처럼 쓰지 않고 잠적하면 되었을 것을…


쓰기로 했던 그 약속이 뭐였다고…


사람은 늘 오해와 역경 속에서 살죠.

저만 힘든 건 아니니깐요.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마음속에 돌들을 내려놓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저도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매듭도 풀리고,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실도 맺고요.


그렇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