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21-2/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월요일에 또 오래요>
오늘은 날 잡았는지 온 식구가 아픈 날이네요. 그분은 분명히 아픈데 다 나았다고 우기시고, 할 수 없이 애기만 데리고 병원을 갔죠. 몰랐는데 내과에 원장님이 두 분이시더라고요. 나이 더 드신 원장님께서 저희 아이를 봐주시게 되었어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아이가 미열이 자주 나서요”
“언제부터죠”
“어제부터요”
“아냐, 엄마 월요일부터인데 내가 말을 안 한 거야”
“그래?, 화요일에 어금니 발치를
했어요 “
“발치하고 약 드셨죠?”
“아니요”
“왜 않드셨죠”
“집에서 제가 뽑았거든요”
“밑에서 거의 다 올라왔길래, 장갑 끼고요 “
“병원에서 발치 안 했다고요?”
“허허허… 요즘에도 집에서 발치하는 집이 있네요 “
“네…흐흐흐”
“성장통일까요? 남편은 청소년기에 자주 열이 나고 아팠다고 해요. 성장통으로요. 전 안 아팠거든요?”
“아님 발치해서 염증 난 걸까요”
“발치해서 염증 나는 경우도 있고요, 성장통인 경우도 있고요.. 열이 오래됐으니 일단 항생제 좀 먹고요. 채혈 좀 해볼게요. 결과가 월요일 12시 반에 나오니 12시 반까지 오세요 “
“항생제를 이어서 먹어야 하는 수도 있으니깐요. 시간 꼭 지키세요”
“네”
휴휴휴…
채혈을 하고..
저는 제 담당 원장님께 갔어요.
“어서 오세요”
”지금은 어떠세요? “
“죄송해요. 정말 오늘도 죽을 거 같아서
펜잘 세알 먹고 왔습니다 “
“드셔도 돼요”
“다만 지금 드린 약이 펜잘보다 훨씬 좋은 약인데.. “
“오늘 진통제 하나 더 추가할게요 “
“이거 드시고도 안 들으면 본래 드시던 것도 추가 복용하세요”
“장기 전이라 쉽진 않을 거예요”
“약을 이거 저거 많이 써봐야 하니 마음을 단단히 잡을세요”
“네”
“월요일에 뵐게요 “
“안녕히 계세요”
결국 전 월요일에 또 가게 되었어요. 애기 때문에도 저 때문에도.. 처음부터 약이 잘 맞았으면 11일 동안 안 올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굴 이틀마다 샘을 뵙게 되다니..
내가 꿈꾸던 외래 진료는 아니지만 나을 수만 있다면..
에혀..
해야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아쥬…
길바닥에서 하리보 마냥
녹지만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