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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22/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상대는 실체는 뭘까요?>


어제는 두통이 최고 심한 날이었어요. 편두통과, 심각한 두통은 구분이 가요. 다른 심각한 두통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혈압이 뒷목에서부터 올라오는 두통은 느낌부터 달라요. 하지만 편두통도 화가 나면 정말 대단합니다. 때론 군대인가 싶어요. 한 달도 안 가고 휴가를 가도 하루만 갔다 와요. 일 년 내내 훈련만 할 때도 많습니다. 마치 제 몸이 부대 같아요. 정말 어제는 다른 신경증들이 옴짜 달싹을 못하더라고요. 누가 정말 쎈놈인지 궁금했어요.


그냥 어제는 편두통이 완장을 찼던 날이었어요. 이 아이들에 서열이 궁금했습니다.

살짝 두통이 가라 안으면 과호흡이 스멀스멀 올라와요. 그럼 금세 두통이 다시 천둥처럼 몰아 칩니다. 배도 슬슬 아프고요. 약사님 말로는 정신과에서 바꾼 약이 안 맞아 서부작용 같다고 그러시는데..


글쎄요. 다음엔 여쭤봐야죠. 근데 시기가.. 선풍기 틀고부 터여서 애매하네요.


제가 온도에 민감하거든요. 하필 봄에 태어나서 더위도 추위도 많이 탑니다. 어제는 선풍기를 끄고 잤더니 더워서 또 머리가 아팠어요. ‘다다다단~~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아침부터 울려 퍼졌죠’


제동생이 맨날 그래요. 언니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제 동생도 쓸데없는 생각이 많거든요. 그러니 전 진짜 생각이 많은 사람이 맞는 거 같아요. 왜 전 생각이 많은 걸까요. 대충 다 자르고 살아도 될 텐데…


그게 잘 안되게 태어난 거 같아요. 기질이요. 별게 다 마음이 쓰이니까요.


이제는 아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제 눈을 가려요.


“엄마 맘 쓰지 말자, 온갖 것에 맘을 다 쓰면 엄마 맘이 남아나는 게 없어 “


“엄마 장미가 부러졌지? 맘 아픈 게 아니야. 저 아이가 부러져서 다시 피는 아이도 있을 거야, 저 아이는 갈 때가 된 거야 “


“엄마 저 초등학생이 자전거 손 놓고 타다가 넘어질 뻔했지? 세상 모든 사고를 엄마가 다 막을 순 없어, 그래서 운명이란 게 있는 거야 “


“세상을 세상으로만 봐..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대상으로 보지 말고 “


“자, 내 손 잡고 나랑 얘기만 하며 가자”


가끔 아들이 저보다 어른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는 제가 뭐라고 세상을 걱정할까요. 꽃잎하나 지킬 수 없는 인간인 것을..


내 두통하나 못 잡는 사람인 것을요.


두통이 안정되어 가니 과호흡이 안개처럼 깔려오네요.


아주 교묘하고 자연스럽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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