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23/일)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나의 삶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수면제가 수면 역할을 하는 게 맞나? 어째
밤을 꼴딱 새나 모르겠다. 내가 오징어도 아닐 긴데..
오늘 나는 도저히 어지러워서 병원을 못 갔다. 오늘부터 휴가인 그분이 애기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다행이다. 휴가가 일주일이니 애기는 조금 봐줄 수 있겠다.
휴가동안 극장이랑, 아이스스케이트장을 가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날 좀 쉬게 해 볼 생각은 없어”
라고 하신다. 맞다. 그럴 생각을 못했다. 초점이 아이 중심이라.. 그럴 생각을 못해서 미안했다. 근데 집에서도 매일 쉬 쉬는 거 같은데 ㅎㅎ 또 그거랑 다르겠지.
이번 휴가는 아무 데도 못 갈 수도 있겠다. 그런 해도 있는 거지. 쉬어가는 해…
오늘은 아침부터 현기증과 과호흡이 춤을 춘다. 어쩌자는 건지 몰라 당황스럽다. 난 이런 사랑을 받고 싶지 않은데, 이 아이들은 돌아가며 날 사랑하는 거 같다. 외바라기 짝사랑이다. 날 떠나 주라~~
난 오늘도 그리워하며 버틸 것이다. 그게
비 맞은 예쁜 산딸기든, 창 밖에 노래하는 새들이든, 전화기 목록에 있는 보고 싶은 사람들이든 말이다.
나의 사전 장례식을 떠올리면 즐거운 상상을 하며 버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난 조금 힘이 난다. 어차피 떠날 거 즐겁게 끝을 맺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 조우. 그날까지는 나는 노력했노라 살아야 초대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들과의 밥 한 끼, 차 한잔, 마지막 대화. 얼마나 소중할까.
나는 조용히 태워지고 싶다. 언덕 저 너머로 훨훨 뿌려지고 싶다. 그리하여 다시는 태어나지 못하게, 다시는 혼이 되지 못하게, 날아갈 테다.
바람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