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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3년 기록

고요가 눈물짓는다

2023년 기록

by 이음

고요가 내려앉을 시간이다.

어떤 이의 가슴에는 한탄으로 고여가고.

잠겨 버린 수박밭은 빗물로 잠수되었다.

사람들은 김치에 소주잔으로 슬픔을 대신하고 있다. 이것이 이재민의 고요와 고통이다.


지금은 헤쳐진 가슴을 풀어놓고 목메어 울어도 되는 시간이다. 당신들의 잘 못이 아닌데도 얼마나 억울하고 허탈할까.


아침부터 낮까지 단추를 잠그고 괜찮은척하느라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일그러진 속으로 욱여넣은 밥숟갈을 무슨정신으로 삼킬 수 있었을까.


천재지변이 아니라 천재인변이다.

손 놓고 바라만 볼 일이 아니라 모두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다.


우선순위를 따지시고 사진을 찍길 바라신다.


마음 같아선 당신의 백안에 썩은 수박을 통째로 넣어주고 싶다.


제발 당신이 필요한 곳에 서시라.

사진에 의미라도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