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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3년 기록

수신자 없는 편지를 쓰는 이유는요

2023년 기록

by 이음

저는 편지 쓰는 걸 좋아해요.

아는 사람한테든, 모르는 사람한테든요.

받는 이가 없어도 상관없어요.


받는 이가 없는 편지를 보내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어떤 시그널 같은 거예요.


아이 때는 어른들이 많이 물어봐

주잖아요?


오늘은 기분이 어떤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지금은 무엇이 힘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른이 되면 삶의 대부분이 음주가무와 중요하지 않은 대화로 시작해서 중요하지 않은 대화로 끝나는 거 같아요.


어른이 되면 우린 서로 강한 척을 해요.

마치 강하지 않으면 루저가 된 거처럼요.

그래서 외롭기를 자초하죠.



요즘 당신이 힘들진 않은지?


오늘 당신이 기쁜 일은 무엇인지?


요즘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지?


당신은 지금 버틸 만 한지?


이런 얘기를 물어본다고 진실을 다 듣고 싶은 건 아니에요. 잠시 누군가 당신에 방에 촛불을 들고 들어가 주는 거예요.


당신이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진 않은지.


아니면 험한 산을 외롭게 혼자 올라가고 있진 않은지.


어쩌면 벼랑 끝에서 뒤를 돌아보며 눈물짓고 망설이고 있진 않은지.


그저 한번 촛불을 들고 당신 곁에 잠시 머무는 거예요.


당신에 삶에 빛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릴 수 있게요.


그래서 나의 얘기를 먼저 풀어놓아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요.


그래서 당신이 조금은 안온한 방향으로 걸어 나오길 바라면서요.


그러니 나의 물음에 놀라지 마세요.


당신은 잘하고 있을 테지만

어른인 당신이 외롭진 않을까

염려하는 거니깐요.


어른도 외롭거든요.

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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